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장마철 홍수로 인한 살림집 침수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내린 장맛비로 압록강이 불어나 혜산시에도 큰물(홍수) 피해가 발생했다”며 “물이 집안까지 차올라 한지로 내몰린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홍수 피해는 마산동, 춘동, 송봉동, 강안동 등 혜산시 중심을 벗어난 외곽 지역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났다.
소식통은 “혜산 중심 지역을 벗어나면 벽이 다 떨어져 당장 무너질 것 같은 집들과 지붕에 기와도 씌우지 못한 세대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렇게 허술하게 지어진 집에 살던 주민들이 이번에 특히 큰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또 혜산시 연풍동에서는 지난 27일 60세대가 침수 피해를 입어 주민들이 야밤에 대피하는 소동도 일어났다. 가까이에 친인척이 살고 있는 주민들은 친인척 집으로 피신했지만, 그렇지 않은 주민들은 천막도 없이 야외 맨바닥에서 밤을 꼬박 지새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산동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10여 세대 살림집이 파손되기도 했다. 창고같이 허름한 집에서 살던 피해 주민들은 이번 사태에서 겨우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아울러 소식통은 “일부 주민들은 지난 6월부터 산에 천막을 치고 밭을 관리하며 살았는데, 이번 장맛비로 천막이 무너지면서 사망자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산에 천막을 치고 사는 주민 대부분은 60대 이상으로, 실제 이번에 사망한 피해자도 60대 노인으로 전해졌다. 평소 영양부족에 시달렸던 이 노인은 위급한 상황에서 재빨리 몸을 피하지 못해 끝내 목숨을 잃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사태 발생 직후 양강도 당위원회는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도당은 피해 주민들의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 구출 여부를 우선적으로 장악해 주민들로부터 빈축을 샀다고 한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초상화 점검 우선 조치에 황당함을 금치 못하면서 ‘이 나라는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보다 초상화를 우선시한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초상화를 구해야 하는 게 이 나라 백성의 현실’이라는 등 뒷말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피해 주민들은 인근 학교들에 마련된 임시 거처지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도당은 혜산시 당위원회와 인민위원회, 도급·시급 기업소 책임일꾼들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고 피해 주민들에게 제공할 식량과 물품을 마련하기 위해 단위별로 구체적인 과제를 부여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혜산시의 한 기업소에서는 지난 28일 노동자 1인당 쌀 1kg과 옷가지들, 이부자리들을 지원하고, 여유가 있는 세대들은 자발적 원칙에서 피해 주민들을 위해 지원하라는 포치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식통은 “일시적으로 쌀이나 물품을 공급받는다고 해도 침수되거나 무너진 살림집을 복구하는 건 피해 주민 본인들의 몫”이라며 “가뜩이나 매일매일을 생활난으로 힘겹게 살고 있는 주민들이 이번 장마로 고통이 한층 가중돼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