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 범람해 침수되는 상황에도 ‘김 부자’ 초상화 챙겨

일부 주민들은 두고 온 초상화 가지러 침수된 집으로 다시 향하는 위험천만한 행동까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28일)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큰물(홍수) 피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집중 폭우에 의한 재해 현장과 재해 예측지역의 주민 구조 및 대피 사업을 직접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기록적인 폭우로 압록강이 범람하면서 수천 명의 북한 주민이 고립됐다 구조된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일촉즉발의 위급한 상황에서도 김 부자(김일성-김정일) 초상화부터 챙겨 대피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31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27일 새벽 5시쯤부터 신의주시 수문·민포·역전동 일대가 침수되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이 황급히 대피했다.

주민 대부분은 자전거나 구루마(손수레) 등 가능한 운송 수단을 동원해 옷가지나 식량 등을 챙겨 나오기 바빴는데, 그중 몇몇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벽에 걸린 초상화 3점을 떼어 내 물에 젖지 않도록 꽁꽁 싸매서 들고나왔다고 한다.

초상화 3점은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와 두 부자가 논의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업토의상’으로, 일부는 3점을 액자 채로 무겁게 들고 대피하느라 고생하기도 하고 일부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액자에서 사진만 빼내 물에 젖지 않게 비닐 같은 것으로 싸서 들고나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급하게 나오다 보니 초상화 챙길 생각도 못 하고 고지대로 가다가 다른 사람들이 초상화를 들고나온 것을 보고서야 다시 침수된 집으로 달려간 사람도 여럿 있었다”고 전했다. 초상화를 건지겠다고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는 주민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피난 지대에 도착한 한 주민이 갑작스러운 물난리에 온 가족이 무사한지 묻기보다 초상화를 챙겨 나왔는지를 먼저 묻는 웃지 못할 풍경도 펼쳐졌다고 한다.

소식통은 “당장 눈앞에서 집이 떠내려가고 가족이나 친지가 물에 빠져 실종되는 상황인데도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초상화를 모시고 나왔는지부터 챙기는 사람도 있었다”며 “어떤 세대주(가장)들은 생활품은 바리바리 싸면서 초상화는 안 모시고 나왔다고 자기 안해(아내)를 타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김씨 일가 우상화 사업의 일환으로 김일성 등 역대 최고지도자들의 얼굴이 담긴 초상화나 휘장을 신성시하면서 주민들에게 ‘직접 수령님을 대하는 것처럼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에 북한 주민들은 초상화에도 ‘모신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실제로 초상화 훼손은 북한에서 큰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라 주민들은 물에 휩쓸려 가거나 잠겨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초상화를 챙기고 심지어는 놓고 온 초상화를 가지러 다시 침수된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큰물(홍수)에 피난 가는 상황에도 초상화를 모셔 왔다는 것으로 후에 크게 평가받을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가족이 무사한지보다 초상화를 챙겨 나왔는지 먼저 묻는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이냐”며 씁쓸함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