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트럼프의 돌출적 대북정책을 두려워 말자

북미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나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우리는 얼마 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방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면전에서 공개리에 구박하고,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하는 극히 이례적인 장면을 목도하였다.

세계가 강대국의 지정학, 약육강식의 신제국주의로 빠르게 귀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야말로 ‘눈뜨고 있어도 코 베어 가는 세상’으로의 변화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가? 발 빠른 대응은 고사하고, 대통령 비상계엄(탄핵)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만 있어 안타깝다.

조건부 핵무장론

필자는 지난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즈음하여 북핵문제 해결책으로 ▲명분 없이 탄핵된 안보경제 미국통 한덕수 국무총리부터 시급히 복귀시킨 후 ▲미국과의 가치동맹을 기반으로 한 주고받기식(give & take) 대화를 선제적으로 주도하면서 ▲필요시 《조건부 핵무장론》까지도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2025.1.24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 지금은 ‘조건부 핵무장론’을 본격 주장해야 할 때)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각까지도 대한민국 호(號)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대통령(대행)이 계속 부재(不在)중이어서 트럼프와 전화 통화 한번 못하고 있다.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트럼프-김정은 간 직접 담판 가능성 이야기까지 들을 때는 답답함을 넘어 화까지 치민다.

그렇지만, 우리는 냉철해야 한다. ①최고 리더십 부재를 조속히 해소하고 ②한계가 분명히 드러난 국제규범과 상대 선의에 기반을 둔 ‘북한 비핵화’ 정책에만 계속 매달릴 게 아니라 ③우리의 실제적 대비 능력을 보강해 나가는 전략으로 전환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북핵 위협이 과거와 달리 실제 수준으로 높아진 사실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와 트럼프 대중국 포위 전략과의 연관성 ▲바로 이웃인 일본이 이미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보하고 있는 점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국민들의 자체 핵무장 여론 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1월 정론에서 강조한 내용을 다시 한번 인용한다. “북한의 핵위협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도 NPT조약 제10조의 자위권 조항에 근거해 ‘자체 핵무장’을 검토해 나가지 않을 수 없다. 단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경우 그에 상응하여 ‘비핵국가로 회귀’할 것이라는 요지의 《조건부 핵무장론》을 공론화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이런 논리는 정부가 미국과 대북정책은 물론 안보·통상 이슈를 협의해 나가는 데 있어서도 나름 역할을 할 것이다.”

대북 및 대미 정책 4대 원칙

이 같은 기조하에 북한과 미국을 상대해 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①북핵 ②대미 관계 ③핵정책 ④북한 변화 문제 등과 관련한 원칙을 짚어보면, 첫째 어떤 일이 있더라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해서는 안 된다. 단, 대책 수립 과정에서는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임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미국과 사전-사후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 특히 사전 조율이 중요하다. 코리아 패싱이 있어선 절대 안 되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의 실제적 핵위협이 증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이제는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정책으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기존 미국의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와 함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대한민국의 평화적 핵 이용권 확대, 자체 핵무장 등과 같은 옵션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넷째, 북한 자유화 프로젝트를 지속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적대적 2국가론’ 부당성 전파, 외부정보(한류) 확산 등은 1분1초라도 멈춰서는 안 된다. 물론 여기에는 북한의 호응 여부와 무관하게 대화와 교류협력, 다양한 인도적 지원을 제의하는 당근 정책도 당연히 포함된다.

맺음말

세계는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국제질서의 판을 완전히 새로 짜려 하고 있다. 푸틴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대중국 포위 전략에 활용하고, 우크라이나를 비롯 세계 곳곳에서 경제이익을 최대한 창출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도 트럼프의 행위를 나쁘게만 보지 말고, 두려워도 하지 말고, 오히려 흐름을 같이 잘 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각자도생의 무한 국익경쟁 시대에서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 우리도 트럼프처럼 러-우 전쟁 휴전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모두의 천문학적인 전후 복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대미, 대중, 대일 외교도 마찬가지이다. NPT체제, 외교정책 등 대한민국을 뒷받침해 온 핵심 가치·시스템도 예외가 되어선 안 된다. 과감히 질문을 던지고 대한민국 우선주의(Korea first)에 기초하여 플랜 A, B, C를 만들어 대처해 나가야 한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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