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식수절(3월 14일)을 맞아 산림 조성을 내세워 전국적으로 나무심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식수 과제를 해야 하는 주민들이 산에 있는 멀쩡한 나무를 뽑아다 내면서 오히려 산림이 파괴되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2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5일 청진시에는 모든 기관·기업소, 학교, 인민반 등에서 나무심기를 진행하라는 도당위원회의 지시가 내려졌다.
특히 이번 지시에는 야산뿐만 아니라 환경미화를 위해 길가에도 나무를 심으라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 경우 묘목이 아니라 최소 2~3m가 되는 성목을 심어야 해 주민들이 산에 있는 나무를 뿌리째 뽑아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청진시의 주민들은 나무심기 사업을 위해 시내에서 15㎞ 이상 떨어져 있는 산에 가서 나무를 몰래 뽑아오고 있다. 시내에 있는 산에는 나무를 몰래 뽑아가는 주민들을 단속하려는 안전원들이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지정된 곳에서 나무를 가져오는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단속되면 벌금은 물론 실형까지 선고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100㎞ 이상 떨어져 있는 지정 산에 가서 나무를 가져오기보다는 안전원의 단속을 피해 가며 비교적 가까운 인근 산에서 몰래 나무를 뽑아오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공장에서도 각 직장에서 몇 명씩 조를 지어 이번 식수절에 심을 나무를 떠올 것을 지시했는데, 지정된 산에 가서 나무를 떠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 사람들이 가까운 산에서 도벌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무심기 사업 때문에 산에서 나무를 몰래 훔쳐 와야 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식수절이 아니라 도벌절”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더 큰 문제는 옮겨 심은 나무의 활착률이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나무를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죽지 않게 잘 돌볼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새로 심은 나무에 직장 이름이나 식수자 이름이 담긴 표식을 걸어두게 하고 나무를 가꾸는 일에 ‘양심을 바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옮겨 심은 나무가 생존할 확률은 30%를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소식통은 “나무를 심어 놔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거의 말라 죽는다”며 “해마다 식수절에 나무를 심는데도 시내 어느 곳에도 나무가 무성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국가는 나무심기를 애국이라고 말하지만, 주민들의 입장에서 나무심기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노력(인력) 동원일 뿐”이라며 “차라리 식수절에 나무심기를 안 하면 산에 있는 나무라도 무성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