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北 주민 “속이 다 시원하다”

"대신 목소리 내주니 10년 묵은 체증 다 내려가…국가가 조금이라도 뜨끔한 마음 가졌으면"

/그래픽=데일리NK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4일(현지시간) 북한의 조직적인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 것과 관련, 북한 내부에서 “속이 다 시원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데일리NK는 제55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된 뒤 이에 대한 북한 주민의 생각과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함경남도 함흥시의 40대 주민과 연락을 취했다. 가장 먼저 그에게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사실을 전했더니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린 기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오래전부터 TV나 신문에서는 우리나라(북한) 사람들이 사회주의 지상낙원에서 행복하게 산다고 선전했다. 사람들이 굶어 쓰러져 죽고 병들어도 돈이 없어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데 무슨 지상낙원인가. 그럴 때마다 참 뻔뻔하고 인민들을 천치바보로 안다는 생각을 했는데 먹고 사는 게 바쁘고 입을 잘못 놀렸다간 말 반동으로 몰릴 수도 있으니 분통한 마음을 누르며 살아왔다. 그런데 유엔에서 우리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주니 10년 묵은 체기(체증)가 다 내려가는 것처럼 속이 다 시원하다.”

이 주민은 생계를 위해 불법적인 장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주민들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이 붙잡아 욕설과 폭행을 가하는 일,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정치범으로 취급하고 심한 경우에는 사형에 처하는 일이 여전히 북한 내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는 법관들부터가 평백성들을 짐승 취급한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비법적인 돈벌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이유 불문하고 들이차고 내차고 별의별 쌍욕을 퍼붓는다. 남조선(남한) 드라마를 봤다고 교화소,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보내는데 이런 것에 국가가 조금이라도 뜨끔한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특히 그는 철저한 국가의 통제하에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이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소식을 알게 되면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해도 속으로는 굉장히 반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365일 직장에 나가 일을 해도 한 푼의 생활비를 받지 못하는데 이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지도 못하는 게 여기(북한) 인민들이다. 친인척이 정치범이 되면 영문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오지로 추방되는 일을 당해도 억울한 감정을 티 낼 수 없다. 그런 우리의 실정에 유엔이 관심을 가져주고 국가를 향해 시정하라고 한 것이 아닌가. 이 사실을 알면 사람들이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다만 국가에 충성심이 있는 주민들은 이 사실을 알게 돼도 반공화국 모략 책동에 매달리는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특정한 정치적목적을 가지고 꾸민 짓이라 믿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 김선경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은 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조작한 반공화국 ‘인권결의’ 채택 놀음을 엄중한 자주권 침해, 내정간섭 행위로 낙인하며 단호히 규탄 배격한다”고 밝혔다.

김 부상은 북한인권결의안이 “우리 국가의 참다운 인권 보장 정책과 실상을 터무니없이 헐뜯는 온갖 허위 모략 자료들로 일관된 정치협잡문서에 불과하다”며 “‘인권 옹호’의 간판 밑에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려는 적대 세력들의 책동은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번 결의안은 한국을 포함한 54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 표결 없이 합의(컨센서스)로 채택됐다. 북한인권결의안은 2003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22년 연속으로 채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