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성 권리 잘 보장되느냐’ 질문에 北 여성들 답은?

북한 여성 주민 30명 대상 설문조사 진행…여전히 북한 내 여성 권리에 관한 인식·교육 부족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국경 지역의 철조망 너머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성이 보인다. 2019년 1월 촬영.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의 여성들은 북한 내에서 여성으로서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할까.

7일 데일리NK가 주한 캐나다 대사관 후원으로 북한 내 여성 주민 30명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해 종합·분석한 ‘2023 북한 내부 여성권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북한) 여성의 권리가 잘 보장되고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 ‘잘 보장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 30명 중 11명(36.7%)이 ‘잘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 9명(30%)이 ‘전혀 보장이 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부분적으로 보장되고 있다’는 응답은 6명(20%),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4명(13.3%)로 조사됐다.

북한은 지난 2010년 여성 권리 증진과 차별 금지 내용을 담은 ‘여성권리보장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 해당 법이 제정된 지 10년여가 흐른 지금도 북한의 여성들은 북한 내에서 여성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 설문조사에 참여한 북한 여성 주민 30명 가운데 21명(70%)이 여성권리보장법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고 응답했다. 여성의 권리가 법적으로 뒷받침되고 있으며, 어떤 권리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특히 ‘여성의 권리에 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0% 이상인 25명이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아울러 ‘여성의 가정 내 지위는 개선됐느냐’는 질문에는 ‘생활력이 있어 돈을 잘 버는 여성들의 권리가 올라갔다’는 응답이 13명(32.5%)에 달했다. 이는 여성들의 권리 신장이 국가 정책적 효과라기보다는 여성들의 활발한 경제활동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의 시장화가 여성들의 가정 내 지위와 역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다시금 드러난 셈이다.

또 같은 질문에 10명(25%)이 ‘조선 여성의 권리는 남성과 동등할 수 없는 구조’라고 답해 북한 여성들 사이에 성차별적 인식이 여전히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이번 조사를 통해 일부 확인됐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시장, 군대, 구금시설, 직장 등에서 북한 여성들의 성폭력 사례가 다양하게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직장·군대·시장 내에서 기관원이 직업, 승진, 장사 기회를 명목으로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성관계를 가질 것을 강요, 회유, 기만하는 사례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 30명 중 22명(73%)이 사례를 접한 적 있다고 답했다.

데일리NK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열리는 세계여성의 날 계기 북한여성인권 회의 행사에서 ‘북한 내 양성평등 현황 및 인식 조사’라는 주제로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