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8일 국제부녀절을 맞아 여성들의 헌신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헌신을 촉구하는 사설을 실은 것과 관련해 북한 여성들이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함경북도 소식통은 데일리NK에 “회령시 여성들은 3·8국제부녀절을 맞아 노동신문에 실린 사설을 보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면서 “여성들이 평생 국가와 가정에 충실하고 헌신하며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데 국가에 헌신하고 원수님(김 위원장)에 더욱 충성하라는 내용이 실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노동신문은 “오늘 우리 여성들은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김 위원장)의 하늘 같은 사랑과 각별한 보살피심 속에 값높고 행복한 삶을 마음껏 누려가고 있다”, “경애하는 총비서동지를 사회주의 대가정의 어버이로 높이 모시고 사는 것이야말로 우리 여성들의 가장 큰 행운이고 최대의 행복이다”라고 강조했는데, 이에 북한 여성들은 씁쓸함을 내비쳤다는 전언이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생활 속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여성들은 눈뜰 때부터 감을 때까지 그야말로 먹고살기 위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데도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선전하니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시의 한 40대 여성은 “행운이나 행복은 먹고 살기 편할 때나 할 수 있는 말이지 지금같이 가난하다 못해 굶주림에 쓰러지는 형편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면서 “특히 엄마들은 먹이지 못해 말라가는 자식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데 노동신문이나 TV에서는 거짓 선동만 하니 욕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령시의 50대 여성은 “우리 여성들은 가정의 생계뿐 아니라 사회적 동원이나 경제적 부담에도 시달린다”며 “이제는 너무 지쳐 아침에는 눈뜨지 말고 영원히 눈감았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나 같은 가정주부들은 모이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이런 팔자를 왜 타고 났는지 하면서 삶에 대해 한탄하는데, 이런 우리들의 고통은 모른척하고 말도 안 되는 선전을 하니 어처구니없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소식통은 “우리나라 여성들처럼 국가, 가정, 사회에 충성하고 헌신하는 여성들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그런데도 빈곤과 고통뿐인 현실이니 이제는 여성들을 부림소처럼 내몰 것이 아니라 진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8일 3면에 ‘우리 여성들은 강의한 정신력과 헌신적 노력으로 나라의 부흥 발전을 떠밀어 나가는 힘 있는 역량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우리 여성들의 혁명적 풍모에서 중요한 것은 조국의 부강번영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쳐가는 애국적 헌신성이다”, “온 나라 전체 여성들은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을 확고한 신조로 간직하고 당중앙따라 혁명의 한길, 애국의 한길을 꿋꿋이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