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현지 北 회사 “한국인과의 접촉 짓뭉개야” 방침 포치

근로자들 모아 "러 사법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공포감 조성하며 탈북 차단 주력

/그래픽=데일리NK

북한 당국이 러시아 현지 자국 회사들에 근로자들의 한국인 접촉을 강력히 통제하라는 방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데일리NK 러시아 현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모스크바를 근거지로 하고 있는 북한 7총국 산하 남강회사에서는 지난 9일 전체 근로자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뒤 3월 방침을 포치했다.

방침 포치에는 남강회사 사장이 직접 나섰는데, 방침의 주요 내용은 ‘러시아 현지 (북한) 회사 근로자들이 해외에서 괴뢰 한국 것들과 연관돼 일을 하거나 연계 및 접촉하는 현상을 짓뭉개 버리라’는 것이었다.

북한은 본래도 러시아 현지 북한회사에 소속돼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한국인 연계 및 접촉을 극히 통제해왔다. 그런데도 이번에 다시금 이 같은 포치를 내린 것은 탈북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인적 접촉을 차단해 근로자 이탈을 철저히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이번 방침 포치에서 남강회사 사장은 근로자들이 해외 현장을 이탈해도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기 때문에 모조리 체포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며 지금이라도 속으로 딴맘을 품은 자들은 정신을 차리고 생활하며 국가 계획분이나 성실히 수행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또 회사 사장은 “이전에는 러시아가 도망친 (북한) 근로자들을 숨겨주는 괴뢰 한국 것들을 추방하는 식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적극적으로 구금, 체포하고 본거지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과감하게 나서 조국과의 사법적 신뢰를 도모하기로 했다”면서 탈북민들을 구출하는 한국인들의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암시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현장에서 이탈해 숨어 지내는 북한 해외 파견 근로자들을 지원하며 탈북을 돕는 한국인들에 대한 러시아, 중국 사법기관과 북한 보위기관 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언급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특히 이번 방침 포치에는 남강회사 보위원까지 나서 “러시아 사법기관이 우리(북한)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근로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강도 높게 벌리기로 했으니 이를 알고도 괴뢰 한국 것들과 접촉을 시도하는 자들은 조국에 있는 가족들도 위험해질 것을 각오하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남강회사 소속 근로자들은 “러시아 사법기관과의 협조 실태를 우정(일부러) 알려줘 공포감을 조성한다”며 수군거렸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행보 속에서 정보기관 간에도 전방위적인 협력이 이뤄지고 있어 러시아 파견 북한 근로자들의 탈북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증언도 있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북러 밀착에 北 파견 노동자들 ‘벌벌’… “유엔 가기도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