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에 체불까지…현장 이탈하는 건설 전문인력 잡아라

주택 질 보장 문제 대두…임금 인상·경쟁 총화금 지급 등 대책 제시했지만 집행 안 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월 22일 “수도 평양의 대평지구에 현대적인 살림집 구획이 일떠섰다”며 “철거 세대 주민들을 위한 또 하나의 건설 전선이 평양시 교외에 펼쳐지고 대평지구 살림집 건설이 당과 국가의 중대사로 강력히 추진되어 수도 건설사에 자랑스러운 한 페이지가 새겨졌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주택)과 지방 농촌의 살림집 건설을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역점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이 최근 건설 전문인력들의 현장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중앙당과 내각은 연말을 맞아 지난 11일 8차 당대회 이후 지난 3년간의 수도, 지방 살림집 건설 성과와 결함을 총화했다.

이번 총화 이후 노동당 경제부의 지시를 받은 내각 비상설 경제발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각 도 인민위원회에는 ‘천년책임 만년보증’이라는 건설 분야 당정책 집행 대책으로 전문 건설인력들의 낮은 임금을 올려주거나 경쟁 총화금을 지급하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이번 지시는 주택 건설에 필요한 연구, 조사, 자문, 견적 설계, 시공, 감리, 준공검사 등을 책임지고 진행할 수 있는 건설 부문 전문인력들에 대한 대우를 개선해 김정은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의 질을 기술적으로 담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건축학과 졸업생 출신을 구하기가 힘든데, 구한다고 하더라도 1~2명으로는 건설 현장 전반을 다 관리 감독할 수 없어 인원이 많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지금 현장에서는 몇 달째 생활비(월급)가 밀린 상태라 오겠다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그나마 있는 인원들도 제대로 마력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문인력의 수도 많지 않지만, 전문인력들의 건설 현장 이탈 또한 잦아 현재 수도의 고층 살림집 현장이나 주요 국가 대상 건설 현장에서나 전문인력을 드문드문 볼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 때문에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대부분의 일반 살림집 건설 현장에서는 군사복무를 하면서 건설에 동원된 경험이 있는 이들이나 개인 건축 청부업자들의 손을 빌리고 있는 형편이라는 전언이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차원에서 내려진 이번 지시에 따라 평양시와 평안남도, 함경남도 인민위원회들에서는 즉각 건설 현장 지휘부 책임자들과 협의회를 진행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평양시 인민위원회는 화성지구 2단계·서포지구 새거리 건설 현장 지휘부의 책임자들을 불러 모아 협의회를 진행하면서 평양시 살림집 건설 현장에 동원된 건설 전문인력 실태를 보고받고, 기술 급수에 따라 생활비를 인상하는 방안과 시기별 경쟁 총화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임금을 인상한다거나 경쟁 총화금을 지급한다는 언급이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연말에 내려오는 지시는 포치가 되더라도 내년에 보자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고 집행되지 않는 게 부지기수”라면서 “일부 건설 현장 지휘부들은 내년부터 건설 전문인력들의 실적에 따라 생활비를 높이거나 경쟁 총화금 지급을 시도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결국 건설 전문인력들의 임금이나 경쟁 총화금은 건설 현장의 지휘부가 자체로 마련해야 하는데, 당장 임금을 늘리거나 경쟁 총화금 에산을 마련해놓을 수도 없는 형편이라는 이유에서다.

인민 생활 향상과 직결된 살림집 건설의 질 보장 문제에서 건설 전문인력들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이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에 골몰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