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부에서 달러와 위안 등 외화 환율이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보유 외화를 끌어내기 위한 여러가지 정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당국의 외화 관련 정책이 시장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북한 원·달러 환율은 8400원이었다.
2주 전인 지난달 30일 평양의 달러 환율이 85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0원 하락한 것으로, 여전히 8000원대 중반대로 유지되고 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도 북한 원·달러 환율은 8450원으로 2주 전과 비교할 때 1.2%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강도 혜산에서도 평양, 신의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북한 원·달러 환율이 다소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원·위안 환율도 여전히 1200원대가 유지되고 있지만, 지역마다 등락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기준 평양의 북한 원·위안 환율은 1200원으로, 지난달 30일 조사 가격인 1270원보다 5.5% 하락했다.
또 혜산의 북한 원·위안 환율은 약보합세로 2주 전 조사 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의주의 북한 원·위안 환율은 1280원으로, 평양이나 혜산과 달리 2주 전(1260원)보다 환율이 상승했으나 상승률이 1.6%로 사실상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북한 원·위안 환율의 경우 평양에서만 눈에 띄는 하락세가 있었을 뿐 다른 지역에서는 큰 등락 없이 보합세가 유지된 셈이다.
북한 시장에서 달러와 위안의 환율 등락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약보합세가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양상은 북한 당국의 외화 관련 조치가 아직 시장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근 북한 당국은 일명 ‘돈데꼬’라 불리는 개인 환전상의 활동을 단속하면서 주민들이 은행에서 환전 거래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단속 강화에 음지로 숨는 환전상들…北, 달러 흡수에 안간힘)
동시에 지방 상업은행에서는 개인에게 시장과 같은 환율로 외화를 환전해주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은행들은 주민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를 내화로 환전해주면서도 은행이 가지고 있는 외화를 주민들에게 팔지는 않고 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외화 충전식 전자결제카드를 사용할 때 당국이 정한 공식 환율이 아니라 ‘시장 환율’을 적용해주면서 주민들의 외화 카드 사용 또한 유도하고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외화 충전식 카드로 결제할 때 ‘시장 환율’ 적용하자 사용자 ↑)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북한 당국이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를 끌어내고 내화 사용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 당국의 이런 외화 정책이 활성화되고 있다면 시장에서 유통되는 외화가 감소해 시장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북한 시장에서 나타나는 외화 환율의 약보합세는 당국의 외화 정책이 시장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히려 국제금융시장의 달러 가치 하락이 북한 내부 시장의 달러 거래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로, 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30일 106.12였지만, 지난 14일에는 1.95% 하락해 104.05를 나타냈다.
다만 현재 북한의 외화 환율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어서 북한 당국의 외화 정책이 시장 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속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