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충전식 카드로 결제할 때 ‘시장 환율’ 적용하자 사용자 ↑

중앙은행법·전자결제법 개정 후 시장 환율 적용된 서비스 제공…은행 이용 유도해 외화 흡수

북한 전성카드. /사진=북한 대외선전매체 ‘서광’ 홈페이지 화면캡처

북한이 최근 외화 충전식 전자결제카드로 거래하는 사용자들에게 ‘공식 환율’이 아니라 ‘시장 환율’을 적용해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손해가 줄어들면서 외화를 소지한 주민들의 카드 사용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외화 충전식 전자결제카드를 사용할 때 시장 환율을 적용해주면서 주민들의 카드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이는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를 은행 등 국가기관이 흡수하면서 내화를 사용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기존에는 1/40 수준으로 가치가 절하된 국가 공식 환율이 적용됐기 때문에 주민들이 외화 충전식 카드를 이용해 내화로 상품을 구매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주로 외국인들이나 내국인의 경우에는 외화를 충전해 놓고 외화상점에서 외화로 결제할 때만 카드를 사용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외화 충전식 카드로 일반 상점에서 내화로 결제하거나 타인에게 송금할 때 시장 환율을 적용해주면서 카드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카드에 외화를 넣어두면 외화를 사용할 때마다 은행에서 시장 환율로 환전돼 상점에서 내화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강도 소식통도 “지방 도 소재 은행들에 포치(지시)가 내려와 장마당 가격과 같게 돈대(환율)를 제정해서 (내화로) 바꿔서 보내거나 쓸 수 있다”며 “카드에 넣고 사용하면 강도를 피할 수 있고 많은 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편리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시장 환율이 높아짐에 따라 외화 보유자들은 달러나 위안 등 외화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평양, 신의주, 혜산의 북한 원·달러 환율은 평균 8483원으로 최근 3년 이래 시장 환율 중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같은 날 북한 원·위안 환율도 평양 1270원, 신의주 1260원으로 나타났다. 달러와 위안 환율 모두 지난 6월 코로나19로 북한 당국이 국경을 봉쇄하기 직전인 2020년 1월 환율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된 뒤 현재까지 보합세가 유지되고 있다.

외화 충전식 카드 사용자가 많아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북한이 중앙은행법과 전자결제법의 일부 내용을 개정한 이후부터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중앙은행법과 전자결제법 개정 이후 시행되고 있는 조치들의 특징은 시장 환율이 적용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주민들의 은행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보는 최근에도 북한 당국이 시장 환율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더 높은 값으로 주민들이 보유한 외화를 내화로 환전해 주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단속 강화에 음지로 숨는 환전상들…北, 달러 흡수에 안간힘)

다만 북한 모든 지역 은행에서 시장 환율이 적용된 외화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평양 내에서는 일부 구역 은행에서만 이 같은 정책을 실시하고 있었으며, 카드 이용자도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 무역기관 종사자나 돈주들로 국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장마당 돈대로 해주니 손해는 없지만 은행들이 개인 돈데꼬(환전상)만큼 시시각각 바뀌는 돈대를 적용하지는 못하고 또 카드는 토요일, 일요일에 사용을 못 하고 평상(평일) 일과 시간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만 사용할 수 있으니 불편한 점도 많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경제 전문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외화 거래가 가능한 전자결제카드에 시장 환율을 적용해서 환차손을 줄여준다면 카드 사용자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개인 보유 외화를 끌어내는데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문가는 “이러한 조치가 지속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단기적인 목적을 위해 일시 적용되는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