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정책’에 무역 확대되자 北 시장 외화 환율 강보합세

혜산 달러 환율 코로나 국경봉쇄 후 처음으로 8600원…소식통 "코로나 이후로 밀수 가장 많이 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월 28일 평안남도 성천군에서 열린 지방공업공장 건설 착공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지방발전 20X10 정책’은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인 공장을 향후 10년간 건설해 지방 주민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시장 외화 환율이 상승세다. 북한 당국의 ‘지방발전 20×10 정책’ 추진으로 무역 부문의 자율성이 다소 확대되고 수입 활동이 활발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양강도 혜산의 북한 원·위안 시장환율은 1380원으로 파악됐다.

혜산에서 북한 원·위안 환율은 지난해 7월 무역 기대감 상승에 1410원까지 급등했지만 이후 국가 주도의 무역 통제가 지속되면서 지난달 초까지 약 7개월간 1200원대 환율이 유지됐다. 그러다 지난달 중하순 1400원까지 상승했고, 이달 들어서는 1300원 중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는 지난 17일 북한 원·위안 시장환율이 1370원을 기록했다. 신의주의 원·위안 환율 역시 지난 2월 초 1200원대에서 중하순 1380원으로 상승한 후 한 달 동안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 시장의 원·달러 환율도 강보합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7일 평양의 북한 원·달러 시장환율은 8500원으로 조사됐다. 달러 환율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8200~8400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했지만, 지난달부터 8500원대의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신의주에서는 지난 17일 1달러가 8570원에 거래됐다. 2주 전인 이달 4일 조사 당시 환율(8470원)보다 1.1% 상승해 강보합세를 보였다.

원·달러 시장환율이 가장 높은 곳은 혜산이었는데, 17일 기준 혜산의 한 시장에서는 1달러가 북한 돈 8600원에 거래됐다. 북한 시장에서 달러 환율이 8600원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로 인해 국경봉쇄가 시작된 지난 202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2월부터 한 달 넘게 북한 시장환율 강보합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지방발전 20×10 정책’으로 지방의 무역 자율권이 다소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현 시기 인민 생활을 향상시키는 데서 중요한 문제는 수도와 지방의 차이, 지역 간 불균형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올해부터 매년 20개 군에서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전국 인민의 초보적인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의 ‘지방발전 20×10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북한 무역 상황에 밝은 한 소식통은 “20승10 정책을 시작하면서 각 지방이 경쟁적으로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며 “빠른 시간에 공장을 현대화하기 위해 국가에서도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무역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많이 줬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가 주도 무역으로 지방의 기업소나 작은 무역 단위의 수출입 활동이 철저히 통제됐지만, 지방발전 20×10 정책 추진 이후 소규모 무역 단위도 국가 기관에서 발급 받은 와크(무역허가권)만 있다면 무역이 대체로 허용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더욱이 공식 무역회사 와크를 차용하고 있고, 명목상 지방 공장 건설에 필요한 물품을 들여온다고 밝히면 개인 밀수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실제 소식통에 따르면 함경북도, 양강도 국경 지역에서는 지방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재를 들여온다는 명목으로 개인 밀수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건축 자재를 비롯한 기계류 등이 비교적 활발하게 수입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지방 발전 정책 이전과 이후 무역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코로나 이후로 밀수가 가장 많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는 평안북도 신의주 국경 일대에서는 여전히 밀수 통제가 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