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아 뭐하나” 토로한 초·중등학원 원아들…무슨 일?

연말 개별·집체 담화에서 불안감 호소한 고아들에 시 교육부 일꾼들 무거운 마음 가져

북한 고아 양육시설인 평양 초등학원의 원아들. /사진=노동신문·뉴스1

양강도 혜산시 교육부가 연말을 맞아 우리의 고아원에 해당하는 초등학원·중등학원 원아들에 대한 개별 및 집체 담화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에 “혜산시 교육부가 11월의 첫 사업으로 혜산시내 초등학원, 중등학원 원아들에 대한 개별 및 집체 담화를 진행했다”며 “원아들 대부분은 갑자기 이뤄지는 시 교육부의 담화에 놀라는 눈치였으나 이내 내적인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시 교육부의 담화는 이달 초에 이뤄졌는데, 그중에서도 집체 담화는 원아들과 원활하게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각자 말 대신 글로 올해 생활에서 있었던 애로들이나 제기하고 싶은 것들을 무기명으로 적게 했다.

그렇게 원아들의 내적인 목소리를 듣게 된 시 교육부 일꾼들은 크게 놀랐다는 전언이다. 원아들이 하나같이 부모가 없어 서럽고 외로운데다 늘 배가 고팠다고 토로하면서 삶에 대한 비관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실제 원아들이 적어 낸 글에는 ‘학원에서 이렇게 살아 뭐하나’, ‘마음이 허전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고, 특히 졸업을 앞둔 원아들은 ‘학원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 탄광, 농촌, 돌격대 같은 곳에 배치돼 또 집체 생활에 매여 살게 될 테니 살아있어도 기쁘지 않고 사는 낙이 없다’며 극심한 우울감을 호소했다.

이밖에 원아들은 ‘나는 부모나 돌봐줄 사람들이 없어 발전할 가능성이 없다’는 등 삶에 대한 비관이나 ‘선생들은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때리거나 벌부터 세우니 서럽기만 하다‘는 등 학원 생활에서의 불만도 가감 없이 털어놨다고 한다.

소식통은 “시 교육부는 해마다 연말이면 초등학원, 중등학원 원아들 생활지도를 나왔는데, 코로나로 만 3년간은 제대로 헤아려 주지 못했다”며 “그러다 이번에 원아들의 야윈 모습을 보고 이들의 정서도 심히 불안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는 뜨끔해하면서 무거운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코로나 만 3년간 많은 초등학원, 중등학원 원아들이 어려운 생활을 참지 못하고 학원에서 도망쳐 방랑하고 있다는 것도 이번 담화에서 밝혀졌고, 학원 선생들의 부족한 수양도 드러나 시 교육부가 여러모로 고심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