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결혼하면 안 좋다’ 소문에 결혼 취소·연기 사례 발생

화교들 통해 중국 미신 확산…한국 분위기 전해 듣고 결혼 취소 결정 번복하는 일도 벌어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전위거리 건설장에서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대원 부부의 결혼식이 진행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에서는 미신 때문에 인륜대사인 결혼을 취소하거나 미루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2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청진시에서는 지난달부터 올해 결혼하면 집에 화목하지 않게 산다는 소문이 퍼져 결혼 날짜를 잡았던 일부 남녀가 내년으로 결혼을 미루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소문은 청진시에 살고 있는 화교(華僑)들을 통해 확산했다. 중국에는 소위 ‘과부의 해’(입춘이 음력설보다 빠른 해)에 결혼하면 좋지 않다는 미신이 있는데, 올해가 바로 과부의 해여서 화교들을 중심으로 ‘올해 결혼하는 집에는 불화가 많다’는 이야기가 퍼졌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24절기 중 봄의 시작을 의미하는 입춘이 한 해의 시작인 음력설보다 빠르면 그 해는 풍요와 탄생을 의미하는 봄이 빠진 해라, 결혼이나 출산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기는 미신이 있다.

이러한 중국 미신을 바탕으로 ‘이런 해에는 결혼하면 가정이 화목하지 않고 계속 싸움이 일거나 불운이 뒤따라 결국에는 이혼하게 된다’는 낭설이 생겨나 북한 주민들 사이에 떠돌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용은 눈에 보이지 않고 센 동물이어서 용띠생이 용띠해에 결혼하면 목숨이 위협받을 정도로 운이 나쁘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고 한다.

이에 북한의 몇몇 남녀들은 자의적으로, 또는 양가 어른들의 의지에 따라 올해 예정했던 결혼을 취소하거나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한편에서는 이에 맞서듯 ‘한국에는 올해 결혼하면 안 좋다는 말이 딱히 없어 젊은 남녀들이 실제로 결혼을 하고 있다’는 말도 나돌아 결혼 취소 결정을 뒤집는 일이 생기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한국에서는 올해 결혼을 안 하려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말도 도는데 이는 한국과 통화하는 송금 브로커들을 통해 퍼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회령시의 어떤 남녀는 결혼을 취소했다가 다시 날짜를 잡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남녀는 엇갈리는 소문에 갈팡질팡하긴 했지만, 중국보다는 한국의 문화나 경향을 따르고 싶은 마음에 결국 원래 계획한 대로 올해 결혼을 진행하기로 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렇듯 북한 주민들은 인륜대사인 결혼을 결정하는 문제에서도 미신에 크게 의존하는 모습인데, 북한 당국은 이런 주민들의 미신 행위를 비사회주의로 규정하면서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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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은 “지금은 하도 어려움에 시달리며 살아서인지 주민들이 미신에 많이 의존하거나 미신을 많이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