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없어 집에서 출산…결국 아기는 사망, 산모는 중태에

당장 위급한데 시 병원은 자체적으로 입원비, 수술비, 약값 부담하지 않으면 받아주기 어렵다 해

/그래픽=데일리NK

북한 평안남도 안주시에서 한 임신부가 돈이 없어 병원에 입원하지 못하고 집에서 출산하는 과정에 아기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안주시에 사는 임신 9개월차 여성이 지난달 말 갑자기 양수가 터져 급히 시 병원을 찾았으나 병원 측에서 요구한 수술 비용이 너무 비싸 도로 집으로 돌아왔고, 결국 집에서 출산하다 신생아는 사망하고 산모는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산모는 과거 두 번의 자궁 외 임신으로 유산을 겪고 지난해 어렵게 임신에 성공해 온 가족이 아기가 무사히 태어나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는데, 임신 9개월째에 갑자기 양수가 보여 급히 시 병원을 찾아갔다.

시 병원에서는 이 여성의 상태를 보더니 “임신부도 뱃속 아기도 위험하니 당장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며 입원을 권유했다. 다만 “입원비, 수술비, 약값 등 모든 비용은 가족 측에서 보장하는 조건에서만 입원이 가능하다”고 전제를 달았다.

하지만 이 여성의 가족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입원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고, 그 상태로 진통이 시작돼 집에서 출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인근에 거주하는 동네 의사뿐만 아니라 산파 경험이 있는 주민들이 모여들어 출산을 돕기도 했지만, 태어난 아기는 울음을 터뜨리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뒀고 산모도 역시 출산 과정에서 발생한 과다출혈로 중태에 빠졌다.

산모까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가족들은 급히 뛰쳐나와 길을 지나는 승용 서비차를 잡아 세우고 산모를 태워 도(道) 병원으로 후송했다.

도 병원에서는 일단 산모의 상태를 진단하고 치료하면서 시 병원에서 있었던 상황 파악에도 나섰는데, 당장 위급한 산모에게 비용을 자체로 보장하지 못하면 입원시켜줄 수 없다고 한 시 병원에 잘못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시 병원도 국가적인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오롯이 감당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어렵게 가진 아기를 잃고 산모마저 잃을 뻔한 가족들과 이 사건을 옆에서 지켜본 주변 주민들은 “임신부와 아기의 생명보다 돈이 먼저인 병원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에서는 열악한 의료 환경에 여전히 집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에 대해 주민들은 “임신과 출산을 위한 의료에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너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산모는 현재 의식을 되찾고 회복 중인 상태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