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견 노동자 선발 시 ‘사상 검증’ 한층 까다로워져…왜?

끊이지 않는 탈북 사례에 노심초사…北, 러시아·중국·중동 등에 신규 노동 인력 파견할 계획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건설장에서 작업 중인 북한 노동자.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 당국이 해외 파견 노동자 선발 과정에서 사상 검증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탈북 사례가 끊이지 않자 이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22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신규 해외 파견 노동 인력을 선발하면서 신원조회 절차를 강화하고 보다 철저한 사상 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거주자와 작업장을 이탈해 탈북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보는 지난 2021년 러시아 모스크바 등지에서 일하던 북한 건설 노동자 11명이 제3국을 경유해 국내에 입국했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북한 해외 건설 노동자 11명 국내 입국… “조국에 환멸 느꼈다”)

또 지난해에는 러시아 파견 노동자 9명이 모스크바 주재 유엔난민기구(UNHCR) 사무소 등을 통해 탈북해 2022년 11월 국내에 입국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렇게 북한 노동자들이 파견지에서 탈북하는 사례가 지속 발생하자 북한 당국은 해외 파견 노동자를 감시하는 보위부 인력 증원을 논의하고 감시 동향 자료를 수시로 상부에 보고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탈북 차단에 골몰하는 北…해외 파견 성원 감시 도수 높여)

외화벌이가 절실한 북한 당국 입장에서 가장 노심초사하는 문제가 바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탈북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외국에 파견하는 대상자 선발 기간이 이전보다 2~3배 길어졌는데 신원조회가 강화됐기 때문”이라며 “선발할 때 행적과 평소 언행은 물론이고 주변 가족이나 친척 중에 탈북한 사람이 없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외화 벌겠다고 사람 내보냈다가 뛰면(탈북하면) 남아 있는 가족이나 친척들이 그 한 사람 때문에 적대 계층이 된다”면서 “이것도 국가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니 더욱 철저히 검증하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앞으로도 노동자들을 계속해서 해외에 파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러시아에 파견돼 있는 자국 노동 인력 중 5000여 명을 송환하고 1만 5000여 명을 파견할 방침이다. 러시아 파견 인력은 대부분 대외건설지도국 등에서 관리하는 건설 인력으로 파악된다.

반면 중국의 경우에는 비교적 적은 인원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현재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노동자 중 1000여 명을 귀국시키고 2000여 명을 새롭게 파견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중국 파견 노동자는 대부분 봉제, 수산물 가공, 식당 종업원 등 여성 인력들”이라며 “이런 중국 파견 노동자들보다 러시아 파견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외화량이 훨씬 많고 러시아에 파견할 때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하기도 쉬워 러시아에 가장 많은 인력을 파견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 북한은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에 총 1000여 명의 건설 노동자를 추가 파견하고, 현재 쿠웨이트에 파견된 인력 가운데 100여 명을 귀국시킨 뒤 200여 명을 새로 파견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