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외 건설 노동자 11명 국내 입국… “조국에 환멸 느꼈다”

소식통 "1인 한 달 60만 원 충성자금 상납 강요...감시 강화에도 탈출 지속될 가능성"

러시아 난민수용소에서 망명 의사를 표명한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에게 발급해준 ‘대한민국 여행증명서’. /사진=데일리NK 대북 소식통 제공

러시아 소재 북한 해외 건설 노동자 11명이 현장을 탈출해 지난달 31일 국내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에 “러시아 모스크바 등지의 건설 현장에서 탈출해 북한의 수사망을 피해 있던 11명의 해외노동자가 제3국을 경유해 한국으로 어제 입국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11명이 집단 탈출을 한 건 아니다. 3곳의 러시아 건설 현장에서 각각 2, 5, 4명이 탈출해 은둔해 있거나 난민수용소에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그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 동기에 대해 소식통은 외부세계 경험을 통한 의식 변화, 과중한 당자금(충성자금) 과제 및 상납 독촉 등을 거론했다.

해외 노동자들이 “해외 나오면 국가에 대한 배신감이 제일 먼저 든다” “조국에서 우리에게 배워(가르쳐) 준 우리식 사회주의가 세상에서 제일이다는 게 가짜라는 사실을 바로 느낀다”고 토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국에 와보니 24시간 전깃불이 들어오고 밝은 세상에서 살며, 기차를 타고 갈 때 벌거벗은 조선(북한)의 산과 달리 나무자원이 빽빽한 경치와 자원에 탄복했다”는 탄식도 곳곳에서 들린다고 한다.

2019년 6월 러시아 우수리스크에 건설되고 있는 빌딩, 북한 노동자들이 안정장구 없이 건물 난간에서 작업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특히 ‘노동의 즐거움 상실’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다. “땀 흘려 일한 만큼 버는 수익은 없으니 자연스럽게 조국에 대한 환멸을 느낀다”는 지적이다.

여기서 러시아에서는 1명의 해외 파견 노동자가 바쳐야 할 상납금이 한 달 4만 루블(한화 약 6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이에 따라 하루 16시간 넘게 일해도 개인이 돈을 모으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울 정도다.

소식통은 “‘돈 없이 고향은 어찌가냐’ ‘앞길이 막막하다’ ‘우리는 조국의 노동 도구에 불과하다’는 한숨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면서 “심지어 현장에서 죽은 동료가 화장(火葬)가루로 고향에 보내지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노동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보기 : 北, 코로나 증세 노동자 러시아서 사망해도 “현지서 버티라”)

한편 이번 사건을 통해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아직도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북한 당국의 감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식통은 “이런 암울한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없다면 탈출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