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치료 거부 당한 80대 전쟁 노병 사망에 주민 비판 쏟아져

응급 처치도 않고 돌려보내…주민들 "전쟁 노병도 저 정돈데 일반 주민은 말해 뭐하냐" 비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2022년 7월 27일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69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전쟁 노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함경남도 북청군에서 80대 노인이 병원 치료를 거부당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비판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에 “지난달 중순 북청군에서 80대 노인이 병원을 찾았다가 치료를 거부당해 끝내 생을 마감했다”며 “더욱이 사망한 노인이 전쟁 노병(6·25전쟁 참전 노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 속에서 뒷말이 자자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사망한 노인 김모 씨(가명)는 10여 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아들 부부와 함께 생활해왔다. 80대 고령인 김 씨는 올해 들어 여러 가지 병을 앓았는데, 더욱이 생활난으로 잘 먹지 못해 건강이 더욱 악화하면서 지난 10월부터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가 됐다.

그러다 지난달 중순 저녁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고 한쪽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 아들의 등에 업혀 급히 군 병원에 가게 됐다.

당시 병원에는 저녁 당직을 서는 의사밖에 없었는데, 그는 김 씨를 보더니 ‘여기서 치료할 상황이 아니라며 도 병원으로 가라’며 기본적인 응급 처치도 하지 않았다. 이에 아들은 김 씨가 전쟁 노병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목청을 돋우며 항의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다급한 아들은 결국 김 씨를 다시 둘러업고 도 병원에 가려 했으나, 그는 ‘언제 차를 잡아서 도 병원으로 가겠느냐. 일없으니(괜찮으니) 집으로 가자’며 달랬다. 그렇게 김 씨는 아들의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가던 중 길에서 숨을 거두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후 김 씨가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나 응급 처치도 받지 못한 채 사망하게 됐다는 소문이 북청군 전체에 퍼졌다고 한다.

소문을 접한 주민들은 ‘일반 주민도 아니고 나라를 위해 싸운 전쟁 노병이 치료도 못 받고 길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게 얼마나 참담한 일이냐’, ‘전쟁 노병이 저 정도인데 일반 주민들은 더 말해 뭐하겠느냐’며 깊은 한숨을 내쉰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에서는 노병들의 혁명 정신을 따라 배워야 한다는 등 온갖 선전에 노병들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정작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니 주민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누가 목숨 바쳐 싸우겠느냐며 입을 모아 비난의 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북한 당국은 전쟁 노병들을 ‘청춘도 생명도 아낌없이 바친 영웅들’, ‘나라의 귀중한 보배들’이라고 칭하며 치켜세우고 있다. 특히 ‘전승절’로 선전하는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이면 전쟁 노병들을 예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하는데, 이는 시기적인 정치 선전에 불과하다는 게 소식통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노병들을 평양에 불러 모아 사진이나 찍고 옷가지 같은 선물이나 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노병들을 정책적으로 잘 돌봐주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안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군 병원과 당일 당직을 서던 의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평소에나 잘해야지 사람이 죽고 나면 무슨 소용이냐’며 여전히 비판과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