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경제적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며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의약품과 관련해서도 북한식 한약인 일명 ‘고려약’의 생산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북한 내에서는 고려약 부작용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최근 도에서 지난 한 해 동안 도내 병원 및 보건소 등 보건·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총 163건의 의료사고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며 “그중 130건이 약물 및 마약류 오남용으로 인한 사고였는데, 71%인 93건은 고려약에 의한 부작용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평안남도에서 발생한 전체 의료사고 중 고려약 부작용에 따른 사고 발생 비율을 따져봐도 57%에 달한다. 그만큼 북한이 자체 생산한 고려약은 의료사고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시기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자 백신이나 치료약의 대안으로 고려약 생산 확대를 주문해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26일에도 “고려약은 우리 인민의 생활 습성과 체질적 특성에 맞을 뿐 아니라 그 약효가 높아 임상 실전에서 큰 생활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고려약 가짓수를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해 말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는 2023년의 성과 중 하나로 고려약공장 개건 현대화가 언급되기도 했다.
문제는 창출, 백출, 버드나무 잎 등 고려약 원료들의 효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약 공장에서 이런 재료들이 위생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고려약은 먹어도 즉시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적정 복용량보다 더 많은 양을 복용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소식통은 “고려약은 먹어도 나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에 하루에도 여러 번 약을 먹어서 탈이 나기도 한다”며 “고려약을 먹고 증세가 완화돼 약효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가도 독성간염 등 또 다른 병세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도 고려약의 효과가 크지 않고 잘못 먹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에 차선책으로 고려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북한 당국은 내부의 의약품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려약 공장을 현대화하고 생산 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고려약의 효능 및 안전성 검증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