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고통받다 죽어야”…무상치료 선전에 가려진 현실

수술비는 물론 입원비, 약값에 검사장비 가동 위한 발전기 기름값까지 개인이 부담해야

북한 평양 옥류아동병원에서 의료진이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북한 대외선전매체 ‘류경’ 홈페이지 화면캡처

북한이 ‘사회주의 무상치료’를 복지제도로 선전하고 있지만 현실은 환자들이 수술비와 부대비용은 물론이고 심지어 검사장비를 가동하는데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 기름값까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회령에 사는 30대 여성 이모 씨는 몇 달간 지속된 복통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다가 난소에 큰 종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이 씨는 수술받으려면 중국 돈 2000위안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큰돈을 마련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씨는 보위부의 감시와 단속을 무릅쓰고 탈북한 가족에게 연락해 수술비를 마련해 겨우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는 무상치료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수술받으려면 작은 병원에서는 어렵고 시 병원이나 평양에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이것도 돈 없으면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비에다 여비(교통비), 입원해 있는 동안 먹는 것에 들어가는 돈, 약값도 다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며 “심지어 수술받으려면 여러 가지 검사도 해야 하는데 전기가 없어 발전기를 돌려야 하고, 그 발전기를 돌리기 위한 기름까지 개인이 사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술 때 필요한 식염수나 거즈 같은 것들은 병원에서 공짜로 제공할 때도 있지만, 남아있는 수량이 없으면 이마저도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 씨의 경우 수술받는 병원에 식염수와 거즈가 있어 다행히 따로 돈이 들지 않았으나 병원 측에서 마취제와 항생제 등 의약품이 필요하다고 해 이를 청진 장마당에서 직접 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병원 측에서는 ‘장마당에서 구매한 것이니 부작용이 일어나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면책 조건을 내건 뒤 수술을 진행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수술을 한번 받으려면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니 수술을 생각도 못 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돈 없으면 고통받다가 죽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