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인덱스] #15 고문하는 나라, 고문의 기제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전 대규모 탈북민의 강제 북송이 진행될 것을 예견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많은 움직임이 있어왔다. ‘강제송환’이라는 것이 국제적 규율에 따른다고 하지만, 실제로 국가의 자유재량에 따라 좌우되는 것일뿐더러, 북한 당국과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고려해 볼 때, 우리의 이런 관심과 동력이 바위에 달걀 치기 격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가운데 항저우 아시안게임 직후 구금 중이던 탈북민 500~600명이 기습 북송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 탈북민 강제 북송을 저지하기 위한 TJWG의 활동 정리

시기/국제메커니즘 내용 참여 기관
2023년 3월 20일
제52차 유엔인권이사회 부대행사(Side Event)
유엔 회원국, 조약기구, 특별절차 보고관들이 북한 정권의 국제 의무 준수를 위한 영향력 행사를 촉구  전환기정의워킹그룹, GRC, FIDH 
2023년 4월 10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중국 내 탈북 여성의 인권유린 실태에 관한 공동보고서 제출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인권증진센터 등
2023년 5월 8일
스위스 제네바 비정부기구 공청회(Informal Public Meeting with NGOs)
중국 정부 심의에서 중국 내 탈북 여성 인신매매 문제 의제화 촉구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북한인권시민연합 외
2023년 5월 12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중국 내 여성인권상황 심의
재중 탈북 여성이 직면한 인권유린을 논의, 강제추방의 위험, 이로 인한 피해 발생 제기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북한인권시민연합 외
2023년 6월 13일
미 초당적 협의체 CECC 중국 내 탈북민과 강제송환 위협에 대한 청문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직접적 중국의 책임을 국제사회에 공론화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북한인권정보센터
2023년 7월 20일
중국 제4차 국가별정례인권검토(UPR) NGO 보고서 제출
대중국 강제송환 질의 및 탈북민에 대한 난민 지위 심사 절차 이행 권고 촉구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북한인권시민연합
2023년 9월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앞 공개서한 발송
중국의 유엔난민협약 및 고문방지협약 이행 의무 촉구 전환기정의워킹그룹 포함 17개국 54개 비정부기구, 국제인사 7명
2023년 8월 29일
2023년 9월 18일
2023년 10월 9일
세 차례 탈북민 강제북송
각각 80여 명, 40여 명,
그리고 500~600명 송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2023년 11월 9일
윤석열 대통령 앞 공개서한 발송
중국 탈북난민 강제송환 문제 논의 요청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외
2024년 초
중국 제4차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 예정
재중 탈북민 인권 문제를 지속 제기할 계획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외

국경을 넘은 북한 주민들이 강제송환이 되어서는 안 될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강한 국경 통제에도 월경(越境)을 할 만큼 갈급한 상황에 놓인 북한 탈북민이라 하면, 이미 성분에 따른 직업적 한계, 거주지 이동 제한, 장사행위에 대한 단속으로 북한 내에서는 살 방도가 없는 수준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존권에는 북한 당국의 정치적, 정략적 통제가 작용한다.

무엇보다 북한에 돌려보내져선 안 되는 중요한 큰 이유는 ‘고문’ 피해의 가능성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을 요청하며 지난 7월 북한 인권, 이주민 인권, 여성 폭력 등 유엔특별보고관 3명과 인권 관련 실무그룹 3곳이 함께 발송한 공동 서한에 대한 답변에서, 자국 내 탈북민들에 대해 “난민이 아닌 불법 체류자”라며 “북송된 탈북민들이 고문을 받는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탈북자 북송 계속한다는 중국, 규탄 결의안 하나 못 내는 국회, 조선일보, 2023년 11월 22일자)

24일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빌딩에서 개최된 ‘중국 체류 탈북민 강제북송 대응방안’이라는 주제의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조사 과정에의 고문

조사 과정의 주된 질문을 분석하면, 정권 보위의 측면이라는 점이 명백하다. 중국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기독교를 믿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문한다. 특히, 한국행 기도 여부, 도강 이후의 행적 특히 한국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지를 여러 번에 걸쳐서 조사한다고 한다. 아울러, 북한 사회에 관한 핵심 정보를 노출했느냐까지도 중요한 질문이 된다.

범죄 혐의를 끝까지 부인해야만 살아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심각한 폭행이 수반된다. 600여 명의 탈북민 북송 직후 보도된 데일리NK의 기사에 따르면 오승오(5cmx5cm)각자(각목)로 무릎 뒤나 앞 관절을 때리고, 무릎을 꿇을 때 장딴지에 각자를 끼고 앉게 하는 등 심각한 폭행에 노출된 상태에 놓였다고 한다.(각목으로 무릎 내리쳐…심각한 폭행 노출된 강제북송 탈북민들, 데알라NK 장슬기 기자, 2023년 11월 13일자) 중국 정부의 말에 따르면 단순히 먹고살기 힘들어 중국으로 가려 한 탈북민들에게 이러한 질문과 고문은 불필요한 것이다.

고문의 기제 그리고 책임 묻기

탈북민들은 조국반역죄에 해당돼 정치범으로 분류되는 과정에서 신체에 대한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고의와 목적을 가지고 고통을 가하는가를 입증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책임을 묻기 위한 실태 파악의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기관원 출신인 탈북민 증언에 따르면 중앙의 지시에 따라 보위원들의 입장에서는 성과를 내야 하는데, 혐의를 포착하고 북한으로 정보가 유입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며, 범죄가 발생할 기회를 미리 방지하는 것이 기관원의 역할이자 책임성인 상황이다. 이러한 직무 수행을 지시하고, 성과를 압박하며, 가해 행위에 대한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점 등 지휘명령체계를 파악해 나가며 조각과 조각을 이어 붙여 실체를 파악해내야 한다.

또한 북송된 경험이 있는 탈북민들은 북송 직후 조사 시설에서의 조사 과정과 폭행 양상 등을 두루 설명하며, 이 안에서도 일정한 규칙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결코 임의적인 행위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고문 가해자들에 대한 방지 대책, 즉 고문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책 마련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실상 고문을 동반한 증거란 효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과학적 수사를 통한 증거확보라 적힌 북한 형법은 공허한 외침이다. 북한의 경우, 사건의 실체 파악에 근거하지 않고, 중국에서 넘어온 탈북민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방식으로 단순 폭행 및 고문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당한 방법으로 정치범으로 간주하여 정치범수용소에 가두거나 비공개, 공개 처형을 자행하는 북한 당국의 기제는 변하지 않아,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근거를 누적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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