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가발 만들던 北 주민들 군수공장에 차출…이유는?

김정은 러시아 방문 직후인 지난달 중순 이후 평북·자강 군수공장 작업량 크게 증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3~5일 대구경방사포탄 생산 공장을 비롯한 중요 군수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월 6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무기를 직접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최근 임가공이나 가내수공업에 종사하던 주민들을 군수공장에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에 수출할 무기를 생산하기 위해 예상보다 많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20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평안북도와 자강도에 거주하면서 가내반이나 임가공 공장에서 일하던 주민들을 군수공장으로 대거 차출했다. 이들은 대부분 중국에 수출할 눈썹, 가발, 손뜨개 공예품 등을 만들던 여성 인력으로 알려졌다.

이에 임가공품을 중국에 보내야 하는 날짜가 한 달가량 지연됐고, 중국 대방(무역업자)들은 북측 무역일꾼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물건을 보내달라고 재촉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하지만 가내반과 공장에 인력이 없어 현재는 눈썹이나 가발 등을 가공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그만큼 많은 인력이 군수공장으로 차출됐다는 이야기다.

중국 발주로 이뤄지는 임가공 작업은 수출 즉시 외화를 벌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무역회사들과 이에 종사하는 주민들에게 큰 수입원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이 임가공에 종사하는 주민들을 강제적으로 군수공장에 차출한 것은 북한이 대중 임가공품 수출보다 대러 무기 수출을 우선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발 임가공품은 개별 무역회사들이 주관하지만, 러시아 무기 수출은 당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가공 사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보인다.

평안북도와 자강도 내 군수공장 인근 지역 주민이 군수공장으로 차출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온 직후부터다.

또 다른 내부 소식통도 “지난달 중순 이후 군수공장 작업량이 크게 증가해 주변 지역에서 노력(인력)을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군수공장이 밀집해 있는 평안북도와 자강도는 인구 밀도가 높지 않아 노동력이 필요할 때 차출할 수 있는 인력이 많지 않다. 때문에 당장 노동력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급하게 인근 지역 일반 주민들을 일시적으로 차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번에 차출된 일반 주민들이 군수공장에서 어떤 작업에 동원되고 있는지, 또 언제까지 군수공장에 출근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본보는 김 위원장의 방러 이후 북러 양국 간 교역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보안을 위해 주로 야간에 이뤄지던 대러 교역품 운반이 최근에는 낮에도 이뤄지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김정은 방러 이후 북러 교역량 ↑…몰래 운반하던 것도 대낮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