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무역일꾼들, 명품 가방·옷·신발 등 사치품 대거 주문

내부에서 검색해 제품 특정하고 中 대방들에 구해달라 요구…한 번 주문에 수백만 위안씩 거래

대성백화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정이 지난 2019년 4월 대성백화점을 현지지도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화면캡처

최근 평양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북한 무역일꾼들의 명품 주문이 대폭 증가했다는 전언이다. 고가의 명품 의류를 선호하는 평양 상류층의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평양의 무역일꾼들은 중국에 있는 대방(무역업자)들에게 명품 브랜드의 가방, 옷, 신발 등을 주문하고 있다.

평양 무역일꾼들은 주로 북한 내부에서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제품 사진과 가격을 중국 대방들에게 보여주면서 해당 물건을 구해달라 요청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브랜드와 가격대만 알려주고 그에 맞는 제품 사진을 보내달라고 한 뒤 확인하고 주문을 확정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건을 직접 사용하는 북한 상류층의 취향과 재력을 최대한 반영해 그에 들어맞는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북한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처럼 단순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나 색깔을 좋아한다. 중국 사람들과는 취향이 다르다”며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평양 무역일꾼들은 구찌, 페라가모, 펜디 등 명품 브랜드의 신발이나 티셔츠, 니트 등 의류를 구해달라 요구하는데, 대부분이 제품 하나당 5000~6000위안(한화 약 92~110만원) 정도 하는 고가 제품으로 전해졌다.

또 가방의 경우에는 그보다 더 비싸고 다양한 브랜드의 토드백, 크로스백, 백팩 등 여러 형태로 된 제품을 주문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평양 무역일꾼들은 이렇게 고가의 명품 의류나 잡화를 구할 때 한 번에 적게는 3~4개 많게는 100여 개의 제품을 주문하고 있다. 비교적 고가인 가방은 한꺼번에 수십 개를 구하기 어려워 소량 주문하고 5000위안 안팎의 제품은 수십여 점을 주문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한 번 주문에 수백만 위안씩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중국 대방들은 평양에서 요구한 많은 양의 명품 브랜드 제품을 한곳에서 다 구하기 어려워 베이징(北京)이나 칭다오(靑島), 선양(瀋陽) 등 중국 내 여러 도시에서 조달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과거 북한이 주로 해외에 파견된 무역일꾼이나 외교관들을 통해 소량의 사치품을 조달했다면 최근에는 내부에서 검색을 통해 제품을 특정하고 중국 대방들을 통해 수입하는 등 사치품 수입 방법과 경로, 양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가운데 평양의 무역일꾼들은 보증서까지 요구하면서 모조품을 보내지 말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북한 무역일꾼들이 과거에는 모조품을 요구할 때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반드시 진품을 보내라며 신신당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성백화점
북한 평양에 위치한 대성백화점.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화면캡처

소식통은 “이렇게 구매한 명품은 평양 주요 백화점이나 외화상점에서 판매된다”며 “그만큼 평양 고위급 간부와 돈주 등 상류층의 명품 수요가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했다.

평양 소식통도 “대성이나 락원백화점에 가면 고급 옷이나 가방들을 살 수 있다”면서 “백화점에 어떤 물건을 요청하면 구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백화점이 구매대행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코로나 사태로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했음에도 북한 상류층의 사치품 수요는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평양의 고급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는 대성백화점을 현지지도했을 때 ‘인민들의 편의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시했지만 이 언급은 결국 대성백화점의 주이용자인 평양 고위층의 수요를 용인한 언급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9년 대성백화점을 방문해 “날로 높아가는 인민들의 지향과 요구를 원만히 충족시킬 수 있게 질 좋은 생활필수품들과 대중소비품들을 충분히 마련해 놓고 팔아주어 인민들의 생활상 편의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이는 곧 북한 당국이 고위 간부 및 상류층의 욕구를 인지하고 있고, 이를 허용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오 선임연구위원의 견해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에서 일종의 ‘셀럽’ 역할을 하는 김정은과 그 측근들이 명품을 착용한 모습을 보고 북한 상류층의 명품에 대한 욕구가 더욱 커졌을 것”이라며 “더욱이 코로나로 무역이 통제되면서 억눌려 있던 부유층의 소비 욕구가 명품을 구매하려는 보복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