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역일꾼들, 거래하던 中 업자들과 연락 끊어…무슨 일?

“실적 낮은 대방 교체하라는 지시 내려와…무역일꾼들 스스로 신변 정리할 기회”

북한 평안남도 신의주에서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버스가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중국에서 활동하는 일부 북한 무역일꾼들이 그동안 협력해온 중국 측 대방(무역업자)들과의 연락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반간첩법이 시행되면서 활동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고, 성과가 저조한 사업 상대를 정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27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무역일꾼들은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전화번호를 변경해 중국 측 무역업자들과의 거래를 일방적으로 끊고 있다. 그 배경에는 ‘실적이 없는 대방을 교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북한 무역일꾼들이 소속돼 있는 무역회사에서 ‘요구하는 물건을 구해주지 못하거나 적당한 가격을 제시하지 못하는 중국 대방과의 거래를 끊고 새로운 거래 상대를 물색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 무역회사들의 중국 대방 교체 지시는 명목상 거래 실적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중국의 반간첩법에 대비해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전언이다.

중국은 지난 7월부터 간첩행위의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한 반간첩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국가안전 및 이익에 관한 정보 수집이나 제공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반간첩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북한 무역일꾼들은 중국 무역업자들을 통해 중국 내부 정보들을 얻어 상부에 보고하기도 하는데, 그동안 거래해온 중국 무역업자들이 자신들의 이런 활동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점에서 반간첩법에 대비해 관계 정리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북한 무역일꾼들 스스로 자신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거래 상대 교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들은 중국 무역업자들을 통해 한국이나 제3국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공무 이외에 개인 돈벌이를 위해 필요한 물건을 거래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내부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 무역일꾼들은 10명 이하의 소그룹으로 활동하면서도 보위부의 감시를 받고 내부 생활 총화를 지속하기 때문에 누구와 만나서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도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무역일꾼들이 중국 측 거래 상대를 교체하면서 무역 실적이 더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대방 교체가 북한 무역일꾼들에게는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며 “거래도 원활히 이뤄지고 행적에 미심쩍은 문제가 있던 사람들은 스스로 신변 정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랫동안 거래를 지속하며 신뢰가 쌓여 있고 북측이 요구한 품목을 적당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중국 측 무역업자는 여전히 북한 부역일꾼들과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북중 교역액은 2억 1653만 달러로 전월 대비 13.3%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이 봉쇄된 이후 최대치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