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국인에 비자 발급 시작…中 무역업자·투자자들 방북할 듯

北 발급 비자 사진 입수…항공편으로 평양가거나 신의주·두만강 지역 세관 통해서도 입북 가능

북한이 중국인에게 발급한 비자 사진. 유효기간, 체류기일, 국경 통과지점, 발급 날짜, 발급 장소 등의 정보가 담겼다.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차단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한 지 3년 10여 개월 만에 중국 무역업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시작했다. 일단 북한 당국은 중국인 무역업자와 투자자, 기술자 등을 대상으로 비자를 발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본보는 9일 북한이 이달 초 중국인을 대상으로 발급한 비자 사진을 입수했다. 북한 당국이 발급한 비자에는 비자 신청자의 여권번호와 목적지, 유효기간, 체류기일, 국경 통과지점, 발급 날짜, 발급 장소, 동반자 여부 등의 정보가 담겼다.

비자에 적시된 정보와 배경 그림 등으로 볼 때 비자의 형식은 북한 당국이 국경봉쇄 이전 발급하던 것과 같은 형태인 것으로 확인된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 초부터 과거 북한에서 경제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비자 신청을 받았으며 한 달여 만인 이달 1일부터 비자를 발급했다. 현재 비자 발급 업무는 베이징 북한대사관을 비롯해 랴오닝(療寧)성 선양(瀋陽), 단둥(丹東) 등 각 지역 북한 영사관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가 입수한 비자는 체류 기일이 90일이었으며 북한 방문자의 체류 목적에 따라 체류 기간을 더 길게 신청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경 통과지점이 평양, 신의주, 두만강으로 명시된 것으로 볼 때 비자를 발급받은 대상들은 항공편을 이용해 평양으로 입국하거나 단둥에서 버스 등을 통해 신의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두만강을 끼고 있는 라선, 회령, 무산 등의 세관을 통해서도 북한 입국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당국이 이번에 비자를 발급한 대상은 중국인 투자자, 대방(무역업자), 건설기술자에 국한됐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옷, 신발, 건설자재 등을 생산하는 북한 내 공장에 투자해 놓고 국경봉쇄로 방북하지 못하고 있던 중국인 투자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비자를 발급했다.

북한 당국은 이들을 통해 그동안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었던 중국 투자 공장들을 정상화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무역회사와 거래하던 무역업자들도 대거 비자를 발급받았는데, 이들은 북한에서 생산된 물품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또 수입품을 북한으로 들여오는 일에 적극 관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경 통과지점에 두만강 일대가 포함된 만큼 중국인 무역업자들이 함경북도나 양강도 등의 지방 중소도시에서 무역 활동에 나설 경우 지방에서도 북중 간 무역 거래가 활발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비자를 발급받은 중국인 중 눈에 띄는 대상은 건설과 관련된 기술자들이다. 건설 유리, 창틀, 미장, 타일 등의 기술을 가진 중국인들도 비자를 발급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북한에서도 노동당이나 고위층과 관련된 시설 또는 살림집을 건설하는 현장에서 일하면서 북한 건설 기술자들에게 신식 기술을 전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 당국은 현재 일반 여행자나 개인 목적의 방문자에게는 비자를 발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식통은 “여행이나 친척 방문 등을 원하는 개인에게는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다”며 “적어도 올해에는 개인 목적의 방북은 불허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