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 인터뷰] 中 파견 무역일꾼 “감시에 무역하기 힘들어”

[신년기획-北 주민에 새해 소망을 묻다⑥] "뭐든 잘못 걸리면 반동…통제를 좀 거둬줬으면"

[편집자 주]
3년여 간의 코로나 국경 봉쇄로 심각한 경제난에 처한 북한 주민들은 지금도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꽁꽁 닫혀있던 국경이 서서히 열리고 인적·물적 왕래도 이뤄지고 있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경기 회복 속도는 느리기만 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어김없이 농업 생산량 증대, 국방력 강화를 외치며 주민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회복기를 맞은 지금, 북한 주민들이 가장 소망하고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데일리NK는 2024년 새해를 맞아 다양한 북한 주민 인터뷰를 연재해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려 합니다.
단둥해관_북한트럭
중국 랴오닝성 단둥세관 안에 트럭들과 관광버스들이 서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중 간 인적 왕래가 재개되면서 해외 파견 북한 무역일꾼들의 교체도 이뤄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올해 북한의 대(對)중국 수출입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해외 파견 무역일꾼들의 사상 이탈을 염려하며 통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중국에 파견돼 있는 무역일꾼들을 대상으로 불시에 휴대전화 검열, 가택 수색 등을 하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북한, 中 파견 무역일꾼들 교체…검열·감시도 한층 강화)

실제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무역대표 A씨는 최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당국의 단속으로 인해 중국 대방(무역업자)을 만나는 일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늘 보위부가 따라다니고 누구와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일일이 감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A씨는 당국이 요구하는 물품들을 수입하는데도 세관에 돈을 많이 내야 해 이윤을 남기고 거래를 지속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아래는 북한 무역대표 A씨와의 일문일답

-중국에서 주로 어떤 물품을 본국에 조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국가에서 요구하는 것들은 모두 구해서 조국(북한)으로 보낸다. 지난 연말부터는 농기계를 많이 하고 있고 자동차 부품, TV, 콤퓨터(컴퓨터) 등 가짓수가 셀 수 없이 많다. 최근에는 전자제품 수입 지시가 늘어서 전자를 많이 하고 있다. 때마다 많이 수입하는 물품들이 달라진다. 작년 초중반까지만 해도 쌀이나 술, 과일, 가공식품 등 먹는 것들을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식음료 수입은 많이 안 하고 있다. 기계나 전자 쪽을 국가에서 많이 원하기 때문이다.”

-해외에 처음 나왔나?

“우리나라가 아닌 곳은 처음 나와봤다.”

-나와보니 어떤 게 가장 좋던가.

“세상 구경이 좋은 것 같다. 처음에는 중국에 있는 모든 게 신기하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것저것 모든 게 놀라웠던 것 같다. 한 번씩 대방들을 만나서 저녁을 먹으면 식사도 조국에 있을 때랑은 다르긴 하다. 맛을 떠나서 여유가 느껴지니까. 그래도 해외 나와서 신기한 건 잠깐이다. 오히려 조선(북한)에 있을 때보다 중국에 나와서 시원시원하게 얘기를 더 못하는 것 같다. 어딜 가든 보위부가 따라다니고 대방들 만나서 요구도 제대로 못 한다. 우리가 다른 걸 하려는 게 아니다. 국가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조금이라도 눅은(싼) 값에 질 좋은 물건 구하려고 대방들하고 연락하고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인데 뭐든 잘못 걸리면 반동이 되니 무역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중국에서 북한 무역대표로 활동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감시와 통제인가?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것도 힘들다. 중국에 나와보니 물가도 비싸고 실제로 보면 기대보다 질 낮은 물건들이 많다. 좋은 물건을 돈에 맞춰서 구하는 게 정말 힘들다. 일단 괜찮은 물건이 있으면 계약금 30%를 먼저 줘야 한다. 이 돈은 어떻게 마련한다고 해도 조국에서 물건 받고 나서 나머지 금액을 바로 보내줘야 하는데, 돈이 빨리빨리 안 들어오니까 난감할 때가 많다. 중국 사람들도 바로바로 돈이 안 들어오면 물건을 안 해주려고 한다. 돈이 제때 들어와야 좋은 대방과 계속해서 거래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데 돈이 안 되면 대방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그래도 북중 간 무역량이 증대되고 있지 않나. 앞으로 무역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무역대표로서 올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안(북한)에 있을 때는 중국에 나가면 대방들도 자주 만나고 좋은 물건 싸게 구해서 쉽게 조국에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쉽게 말해서 큰 떡(꿈)을 그려왔다. 돈도 많이 벌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나와보니 조건이 좋지 않다. 여기서도 제재가 너무 많다. 물건을 구할 수 있게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도 제대로 못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물자를 한번 보내려고 하면 세관에 내야 하는 돈이 너무 비싸다. 물건 비용의 40%를 세관에 내야하고 운반비, 중국 사람 수고비 여러 가지 비용이 필요하다. 국가에서 필요한 물건을 들여가는 것인데 세관에 내는 돈이 너무 많다. 이 비용이라도 좀 줄여주면 좋겠고, 더 좋은 물건을 구하려면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하고 돌아다니기도 해야 하는데 이런 통제를 좀 거둬주면 무역 활동이 활발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