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질서 단속 직맹 규찰대, 갖가지 구실로 주민 붙잡아

바지 입고 자전거 타는 여성, 시장에서 부피 큰 짐 싣고 가는 주민 단속…불만 여론 들끓어

북한 평안북도 압록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는 북한 여성. /사진=데일리NK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에서 당 창건일(10월 10일)을 계기로 주민들의 운행 질서나 규율을 단속하는 규찰대가 조직돼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 황해북도 소식통은 16일 “주민들의 운행 질서와 규율이 대단히 무질서하다는 비판에 따라 사리원시에서는 당 창건 기념일을 맞으며 직맹(조선직업총동맹) 조직에 사회주의 사회의 면모가 보이도록 운행 질서를 유지하고 규율을 바로잡을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전해왔다.

이에 따라 직맹 조직에서는 당 창건일이 있는 10월의 가을 사건·사고를 미리 근절하자는 명목으로 남성 직맹원들로 구성된 규찰대를 조직해 주민들의 교통 법규 위반, 무단횡단 등 운행 질서는 물론 이른바 ‘사회주의 영상(이미지)을 흐리는’ 길거리 술주정, 괴상한 머리나 이상한 옷차림, 초상휘장 착용 여부 등을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사리원시에서는 자전거 운행 질서와 관련한 직맹 규찰대의 집중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아침 6시부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갖가지 구실을 붙여 자전거를 이용하는 주민들을 단속하고, 단속에 걸린 자전거는 모두 압수해 안전부에서 한꺼번에 싣고 갈 수 있게 한곳에 모아 세워두고 있다고 한다.

규찰대는 우선 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여성 주민들을 문제 삼고 있는데, ‘여성들이 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이 맞지 않으니 무조건 치마를 입으라’는 원칙을 내세워 단속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시장 주변을 돌면서 자전거에 부피가 큰 짐을 실어 가는 주민들도 단속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운행 질서를 단속한다고 하면 주로 시내 큰 도로들에서나 활동해야 하는데 시장 주변 작은 골목길까지 맴돌면서 짐을 실어 가는 주민들을 단속해 나서니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는 여론이 끓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규찰대가 주민들을 단속하고 뒤로 돈이나 담배를 받고 보내주는 비리도 저지르고 있어 “돈벌이, 담배벌이하러 나왔다”는 주민들의 비난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그러지 않아도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자꾸 통제, 단속만 강화되니 숨통이 트이지 않는다면서 규찰대가 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