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기업소 살림집 보수 과제에 노동자들 세외부담 짊어져

장마철 피해 예방 위한 살림집 보수에 노동자 1인당 2만원 씩 요구…생활난 겪는 주민들 분노

2018 북한 혜산시
북한 양강도 혜산시 국경 지역. /사진=데일리NK

북한 양강도 혜산시 기관·기업소들에 장마철 피해 예방을 위한 살림집 보수 과제가 내려지면서 노동자들이 세외부담을 안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올해 장마철에 단 한 건의 사건·사고도 발생하지 않게 미리 예방 대책을 세우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짐에 따라 혜산시에서는 기관·기업소별로 살림집 보수 작업 과제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장마철 혜산시 살림집들에 폭우와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랐는데, 피해 세대들은 생활난에 살림집을 제대로 보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중앙의 지시가 내려지면서 기관·기업소들이 살림집 보수 과제를 떠안게 됐고, 보수 작업에 필요한 자재 마련 부담은 소속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게 됐다.

실제 혜산시 혜탄동 일부 살림집 보수를 맡게 된 제지공장 소속 노동자들에게는 1인당 북한 돈 2만 원의 세외부담이 내려졌다고 한다. 하지만 끼니 해결도 어려운 생활 형편에 노동자 10명 중 7명은 돈을 내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의 생활은 어렵기만 한데 집안 살림에 하나도 보탬이 되지 않는 남편들이 직장에서 세외부담을 떠안아 오니 아내들은 차마 말도 못 하고 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며 “1년 365일 무보수 노동을 시키는 것도 모자라 세외부담까지 내리먹이는 행태에 주민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관·기업소들은 살림집 보수용 자재 마련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살림집 보수에 필요한 모래만 놓고 보더라도 도급기관 간부들이 나서면 압록강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아 기관·기업소들에서는 당장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기관장들은 맡은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능력 없는 일꾼으로 평가돼 비판받는다는 것 때문에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외상으로 자재를 마련하려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이렇게 매번 번갯불에 콩 닦듯이 하니 작업의 질이 보장될 수 있겠느냐”면서 “위에서는 아래 단위 실정과 상관없이 책상머리에 앉아 지시만 내려 먹이고 수행 결과만 보고 평가하니 보여주기식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소식통은 “살림집들이 당장 허물어질 것처럼 한심해 다시 건설해야 할 정도라 보수한다고 장마철 사건·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결국 자재만 낭비하지, 지난해처럼 폭우가 내리면 산을 등지고 있는 혜탄동, 혜화동, 강구동 등 위험한 지역에 사는 세대들이 피해를 피하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