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인덱스] #9 북한 여성차별에 관한 고찰

2021년 8월경 양강도 장마당의 북한 여성들 모습. /사진=위챗 边境瑞哥 동영상 화면캡처

국제적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삶을 4대에 걸쳐 조명하였다. 이민진 작가는 특히, 여성의 삶이 역사적 굴곡 안에서 어떻게 위축되고, 억압받았는지를 우리에게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있다. 삶의 주체로서 보이지 않는 억압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여성들의 선택지는 어디까지인가를 탐색하는 노력은 현대 사회에서도 목도되고 있다. 그런데 남녀 간 사회적 역할마저 ‘국가’가 구분 짓는 북한 사회에서는 치열하게 생존하고자 하는 여성들만이 바삐 움직일 뿐이다. 누구나 알 듯 결사의 자유는 철저히 제한되기에, 법적으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저항은 더욱 발현되기 어렵다.

북한 여성 인권 전반에 관한 평가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최근 북한 주민들 중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인권 유린이 심각하다는 점을 환기시킨 바 있다. 크게 주목한 공간은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바로 중국으로 탈북하는 과정에서의 인신매매, 성폭력, 노동 착취 등의 피해이다. 이는 중국의 강제송환 문제와 사인(私人)에 의한 인신매매 과정상의 범죄라는 특수한 성격을 가진다.

두 번째로, 정치범수용소와 같은 구금시설 내에 여성 수감자가 수감되었을 경우 겪는 피해이다. 보고관은 여성 경비원을 배치하여 여성 수감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부임 직후 북한 여성 중 가장 열악한 처우를 받는 계층에 주목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 당국이 가정 내에서의 남성에 의한 폭력을 방치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특히 법적으로 가정폭력에 대해 명시할 것을 권고하면서 제도적 개선을 촉구하였다. 북한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국가의 제도적 개선, 행정 조치, 인식 개선, 가해자 처벌 등 다양한 해결 방법을 폭넓게 모색해야 한다.

북한 여성 차별의 복합적 특성

  1. 성분 차별과의 중첩

BBC인터뷰를 통해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방 출신’ 과 ‘북송재일교포’와 같은 낮은 성분에 머무르는 ‘여성’들의 피해가 더 심각할 것이란 점을 지적했다. (BBC, 북한: 유엔 특별보고관 ‘북한 여성, 여아 인권 우선 살피겠다’… 북한서 여성의 지위란? 2023년 2월 1일자) 기본적으로 억압을 받는데, 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그에 해당하는 ‘여성’들의 피해는 훨씬 더 클 수 있다.

우리가 평양 지역이나 고위 계층이라 할 수 있는 일부 집단의 변화상에 초점을 맞춰선 안 될 이유이다. 보다 보편적이고 다수 계층이라 할 수 있는 집단의 일상성에서 받는 차별 대우와 성분제의 가장 하위 계층에 놓인 이들의 극심한 고통을 중심으로 ‘인권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 따라서 가장 극심한 ‘정치범수용소’ 등 구금 시설 내 여성 인권의 문제가 주요하게 언급되는 것이다.

  1. 과중한 역할의 부과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여성들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오리란 점을 우려하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배급 등 대체 수입원이 없는 상황에서 가족을 먹여 살리려는 여성들의 노력이 쉼 없이 이어지고 있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렇듯 일상에서의 다층적 역할 주문도 북한 여성들을 고되게 한다. 여성들이 가사와 육아, 자녀 교육의 책임을 떠안으면서, 경제적 부담까지 지고 있는 사회적 역할 상의 불균형을 국가가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 평양 등 일부 지역에서 가정 내 육아와 가사를 남성이 담당하는 사례도 확인했지만, 장마당 경제로 발언권을 획득한 여성들이 스스로 만들어 낸 부분적 성과로 보아야 한다는 탈북민 증언자의 전언이다.

2022년 5월경 강가에서 빨래하는 북한 여성들의 모습. /사진=위챗 边境小明白 동영상 화면캡처

국가는 여전히 무엇을 요구하는가

북한은 얼마 전 발간한 로동신문에서 연로보장 나이에 도달한 신의주시 한 여성의 사례를 들어, ‘공민의 도리’와 ‘애국’의 가치를 강조하였다. 기사에 따르면 2년 전 그녀는 스스로 초급당위원회에 찾아가 기피 직종 중 하나인 농장원이 되고자 하였고, 이후 열과 성을 다해 일을 해온 것이다. 나아가 생활면에서도 다정한 어머니라는 점도 강조되었다. 로동신문의 선전선동적 특성과 ‘인력’ 확보의 긴급함을 감안한다고 해도, 그 대상이 농촌 지역의 연로보장 여성으로 특정되었다는 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로동신문, ‘공민의 도리를 다해 새겨가는 애국의 자욱’, 2023년 3월 29일자)

특히, 대부분의 북한 여성들이 결혼을 하면 자동 가입되는 ‘여맹’에 의해 심각한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 남성은 소속된 직장이 있기 때문에 직장 단위로 과제를 부여 받지만, 이는 여성에 비해 다른 역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보편적 인식을 형성한다. 법 제도상에서도 여전히 어린이 보호에 대한 의무를 여성인 ‘어머니’에 두고 있다. (북한 가족법 제6조 ‘어린이와 어머니의 보호원칙’, “국가는 어머니가 어린이를 건전하게 양육하고 교양할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하는데 선차적인 관심을 돌린다.”)

2021년 8월경 강둑 제방 공사에 동원된 북한 여성들의 모습. /사진=위챗 边境瑞哥 동영상 화면캡처

국제사회는 여전히 이 문제에 주목한다.

북한 당국은 2010년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권고를 일부 수용한 ‘여성권리보장법’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법제도의 적용과 현실 세계간의 괴리가 여전히 국제 사회를 이 문제에 주목하게 만든다. 지난 3월 20일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네덜란드의 인권 법률단 글로벌 라이츠 컴플라이언스(GRC),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등과 함께 제52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 사이드 이벤트를 열어 ‘북한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인권유린 실태와 광범위한 차별에 대한 조명’을 다루었다. 외부 기제를 통한 압박을 지속하기 위해 시민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을 멈추지 않고 보고관의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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