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구타행위 근절하라”…北, 두 팔 걷고 나섰다

학업 등으로 평균 입대 연령 높아진 데다 신무기 도입에 따른 잦은 편제 변경으로 軍 내 구타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월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6일) 조선인민군 서부지구 중요작전훈련기지를 방문하고 훈련시설을 돌아봤다고 전했다. 사진은 훈련 중인 북한 군인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군에 갓 입대한 신병들에 대한 교육이 한창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신병훈련소에 구타행위 근절에 관한 지시문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군대 내 구타 문제가 청년층의 군입대 기피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데다 최근 군 내부적으로 구타로 인한 사고도 증가해 이 같은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25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군(軍) 보위부를 통해 각 부대를 비롯한 신병훈련소에 군대 내 구타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시문이 내려왔다.

북한 군 당국은 지난달 봄 초모(신병)를 진행해 이달부터 신병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병훈련소에도 구타행위를 근절하라는 지시문이 하달된 것은 매년 신병훈련 기간 구타로 인한 사고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가을 초모생을 대상으로 한 신병훈련에서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군에 입대한 10대 후반의 신병이 상급병사의 구타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신병들이 먹는 급식이 상당히 부실한데다 심리적으로 긴장된 상태에서 수시로 구타가 이뤄지면서 정신을 잃거나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북한 군대 내 구타행위는 과거부터 지속돼 온 악습이지만 최근 구타 문제가 크게 부상하고 있는 배경에는 군 입대자들의 높아진 평균 연령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군 내부 상황에 정통한 또 다른 소식통은 “공부를 더 한다는 이유로 과거보다 많은 나이에 군에 입대하는 인원이 많아졌다”며 “이런 경우 어린 상급 병사가 나이 많은 초모생을 잡기 위해서 때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학에 진학하거나 대학 졸업 후에도 박사원(대학원)에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20대 중반에 입대하는 부류가 많아졌고 이에 따라 나이 어린 고참이 나이 많은 신병을 교육하는 경우가 비교적 흔해졌다는 얘기다.

아울러 북한 당국이 지난 2021년 1월 8차 당대회를 계기로 국방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이후 새로운 무기를 도입함에 따라 군부대 편제가 수시로 바뀌면서 군인들의 이동 배치가 증가한 것도 군대 내 구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소식통은 “새로 부대 배치를 받으면 그 전부터 그 구분대에 있었던 상급자들에게 구타를 많이 당한다”며 “최근 몇 년간 군 편제가 수시로 바뀌면서 구타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최근 북한 청년들이 군입대를 기피하면서 신병 모집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은 북한 당국이 군대 내 구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근절하라는 지시를 내린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최근 북한 청년층의 군입대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황해북도의 경우 초모 계획의 40%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MZ세대] “군입대 싫어요” 새세대 청년들의 대반란)

평안북도 소식통은 “초모생들 훈련 기간인데 과거에 비해 초모병이 너무 적어서 군 병력이 적어지는 것이 국가의 큰 고민”이라며 “군대에 가면 죽도록 맞는다는 그런 분위기를 바꿔야 젊은 아이들이 군대에 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