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집 둘러싼 치열한 암투…경루동 주택은 최고의 협상카드?

[북한 비화] 자식들 정략 결혼 종용하고 최고의 며느릿감 얻기 위해 수만 달러 써가며 배정 경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보통강변에 건설한 800세대의 다락식주택구 건설 예정지를 현지지도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1년 4월 보도에서 주택구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며 김 위원장이 지난주에 이어 또 다시 이곳을 찾았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2021년 봄 김정은이 보통강구역 경루동에 호안 다락식 주택을 건설해 각 부문의 노력혁신자, 공로자와 과학자, 교육자, 문필가 등에 선물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그러자 간부들 속에서는 재빠르고 은밀하게 살림집 입주권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가 벌어졌다.

전체 800세대 가운데 20%는 진짜 선물로 내려져 김정은의 인민사랑을 선전하는 데 활용되지만, 나머지 80% 중 30%는 나눠 먹기가 가능해 간부들은 서로 입주권을 갖겠다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경루동 호안 다락식 주택은 평양에서도 중심 구역인 보통강구역에 지어져 간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눈독을 들였다.

특히 이 주택은 집안 배경이 좋지 않은 여자와 연애하다 결혼하겠다고 하는 자식들로 인해 속앓이하던 간부들에게 최고의 협상카드로 통했다. 연애 결혼 반대에 ‘영원히 장가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자식에게 간부들은 ‘경루동 집을 주겠다’고 제시하면서 대신 배경이 좋은 집안 여자와 정략 결혼할 것을 종용했던 것이다.

실제 2021년 봄 김정은이 직접 이곳을 두 차례 현장 지도하고 나자 결혼시킬 자식이 있는 간부들은 연애 결혼을 고집하는 자식들의 마음을 돌릴 수단으로 여겼다.

간부들은 경루동 주택이 ‘혁명의 수도’ 평양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구현하겠다는 목표로 건설되고 있으며, 근처에 류경호텔, 만수대의사당, 보통문이 있다는 점에서 집값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자식들에게 설명했다.

간부 자식들은 이런 부모의 유혹에 넘어가 최고의 신혼집을 받으면 손해 볼 것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경루동 주택을 대가로 한 부모들의 정략 결혼 제의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간 간부들은 최고의 며느릿감으로 비행사 딸이나 승무원을 들이거나 또는 다른 간부 집안과 사돈을 맺기 위한 ‘1+1’ 카드로도 경루동 주택을 활용하려 했다.

이에 간부들은 안면관계를 내세워 1만 달러부터 시작해 그 이상을 경루동 주택 건설 상무에 몰래 찔러주기 시작했다. 4~5가지 타입으로 된 경루동 주택의 내부 설계 정보를 받는 것만도 1000달러를 내야 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간부들에게 투자받을 생각으로 이미 여러 채를 빼놓고 있던 건설 상무도 경루동 주택 배정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면서 청탁하려는 간부들이 늘어나자 퍽 난감해했다. 돈과 권력, 명예를 다 쥐고 있는 간부들이 경루동 주택을 어떻게든 차지하기 위해 혈안인 모습에 건설 상무도 입을 떡 벌렸다는 후문이다.

이후 주택 건설이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자식 단독으로는 경루동 주택을 배정받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정보가 돌자, 일부 간부들은 자신이 직접 입주하고 거기에 달린 동거가족으로 자식 세대를 데리고 들어가겠다고까지 하며 끝내 주택을 배정받는 데 성공했다.

자식이 이 집을 지킬만한 자리에 오를 때까지만 임시 동거하면 된다는 과연 간부들다운 속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