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건 도적질뿐”…농기계 출범식 전 부품 도둑 성행

국경봉쇄·경제난에 농기계 부품 구하기 어려워…타이어, 베어링, 축전지 서로 훔치려 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평원군 남동농장의 일꾼들과 기계화 초병들 사진을 싣고 “뜨락또르(트랙터)들이 언제든지 만가동할 수 있게 수리정비를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에서 농기계 부품 절도 행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매년 영농활동 시작 시기에 진행되는 농기계 출범식을 앞두고 도난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최근 농기계 출범식 준비가 강조되면서 뜨락또르(트랙터), 모내는 기계 등의 부품 도적질이 성행하고 있다”며 “필요한 부품이 시장에도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은 도적질뿐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매년 모내기를 앞두고 농사 결의를 다지기 위해 농기계 출범식을 진행한다. 그러나 정작 농기계 출범식 때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이런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출범식을 앞두고 농기계 수리와 정비가 진행되고 있지만, 필요한 부품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도둑질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북한의 농기계 부품 부족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국경봉쇄와 그에 따른 경제난에 필요한 부품을 제때 들여오지 못해 농기계 보수, 정비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서로 농기계 부속을 훔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으나 북한은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소식통은 “최근 농장들이 젊은 농장원들 동원해 다른 농장의 타이어, 베아링(베어링), 축전지 등 주요 부품들을 도적질하고 있다”면서 “얼마 전 평안남도 문덕군 상팔농장의 도적단이 립석농장, 룡림농장에 나가 도적질하다가 체포된 사건으로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말했다.

북한 형법 제91조(국가재산훔친 죄)는 국가 및 사회협동단체의 재산을 훔친 자에 대해 1년 노동단련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은 대량의 국가 및 사회협동단체 재산을 훔친 경우에는 4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특히 대량의 국가 및 사회협동단체 재산을 훔친 경우에는 4년 이상 9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도 명시하고 있다.

농장들에 배속된 농기계는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농기계 부품을 훔치는 일은 국가 재산을 훔치는 일로 취급된다. 다만 이번 평안남도 문덕군에서 발생한 농기계 부속 도둑질 사건의 당사자들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졌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러한 농기계 부속 도둑질 관련 사건 사고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주타격전방에서 연속 전해지는 혁신적인 소식’이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전국적으로 1만 5000여 대의 뜨락또르와 8000여대의 모내는 기계가 수리되었으며 성과는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7일 ‘언제든지 만가동할수 있게’라는 제목의 5면 기사에서는 평원군 남동농장을 거론해 “일꾼들이 앞채를 메고 필요한 부속품들을 지장 없이 보장해주기 위해 이악하게(기를 쓰고) 노력하고 있다”며 “물론 부족한 것은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의 힘과 지혜를 합쳐가며 제기되는 문제들을 자체의 힘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