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일당 잡혔지만 우두머리는 ‘솜방망이’ 처벌 예상

보위부에 등록된 벌이차 운전수라 비호 아래 벌금형에 그칠 것이란 말 나와…주민들 '공분'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 모습. 자전거를 타고 가는 북한 주민들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함경북도 안전국이 최근 자전거 도둑 일당을 검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일당의 우두머리가 보위부의 비호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6일 데일리NK에 “함경북도 안전국이 수년간 도내 기관, 기업소 또는 대학 주변에서 반복된 수법으로 자전거를 도둑질해 이익을 챙겨 온 일당 5명을 지난달 말 체포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함경북도 안전국은 최근 몇 년간 청진, 김책, 길주 등 함경북도 내 주요 도시에서 기관, 기업소, 대학 주변에서 자전거를 도난당했다는 신고를 지속해서 받아왔다. 이에 지난 1년간 자전거 도난 사건에 끈질기게 매달렸고, 그 결과 조직적으로 도둑질에 가담한 5명을 마침내 붙잡았다는 전언이다.

자전거를 이용해 출근, 통학하는 북한 주민들은 자신이 일하거나 공부하는 건물 주변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열쇠로 잠가 놓는데, 도둑 일당은 이를 끊어 자전거를 훔친 뒤 분해해서 도색하고 다시 조립하는 등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들어 시장에 팔아넘기거나 각 부속품을 자전거 수리상에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붙잡힌 일당 5명은 대학생, 노동자들로 알려졌다. 그동안의 자전거 도난 사고가 주로 기관, 기업소, 대학 주변에서 일어났던 이유도 이들이 소속된 직장이나 대학 주변에서 범죄 행각을 벌여왔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들은 기관, 기업소, 대학 내부에 협조자를 두고 도둑질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자전거를 도둑질하려면 일단 기관, 기업소, 대학 정문이나 후문으로 출입해야 하고 경비를 서는 사람들과도 내통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에 협조자를 두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내부 협조자들은 표적으로 삼을만한 자전거가 어디에 세워져 있는지 알려주거나 도둑들이 자전거를 훔쳐갈 때 망을 봐주면서 뒷돈을 받아 챙겼다고 한다.

현재 안전국에 붙잡혀 조사받고 있는 자전거 도둑 일당과 협조자들을 두고서는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도둑 일당의 우두머리만큼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청진시 보위부에 등록된 8·3벌이 화물차 운전수라 보위부로부터 비호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서는 ‘안전국이 지난 1년간 도둑 일당의 행적을 추적하기 어려웠던 것도 청진시 보위부가 뒤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도 안전국은 시 보위부에 등록된 운전수(자전거 도둑 일당 우두머리) 관리, 통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면서도 “다른 일당은 교화형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두머리는 벌금을 내는 선에서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자전거 도둑 일당의 우두머리가 보위부를 등에 업고 중형을 피해 갈 것으로 점쳐지자 이 사건을 아는 주민들은 보위부같이 힘 있는 기관에 배속돼 있다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았으니 이런 조직적 범죄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면서 법이 있어도 의미가 없는 현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