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양강도 시, 군들에 트랙터를 보내 감자 생산을 독려한 가운데, 이를 두고 양강도의 농장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기며 환영하는 농장원들도 있는 반면, 연유(緣由) 보장 없는 트랙터 보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나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최근 삼지연시, 대홍단군 등 양강도의 시, 군 농장들에 원수님(김 위원장)께서 보내주신 뜨락또르(트랙터)들이 보급됐다”면서 “이에 반기는 농장원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농장원들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4일 양강도 예술극장 앞 광장에서 김 위원장이 양강도 시, 군들에 보낸 트랙터 전달 행사가 진행됐다. 이후 삼지연시와 대홍단군, 백암군, 운흥군 등 양강도의 시, 군 농장들에 트랙터가 보급됐다.
이에 대해 일부 농장원들은 “올해 농사일이 예년보다 덜 힘들게 됐다”며 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부 농장원들은 “트랙터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연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북한의 주요 감자 생산지인 양강도 농장들에서는 실제 트랙터가 있어도 연유나 부품 부족 등의 문제로 농사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고, 이 때문에 부림소를 쓰거나 사람이 직접 모든 일을 해왔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번 뜨락또르 보급은 분명 농장원들이 반길 일이지만, 연유 부족이 여전히 걸리는 문제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며 “뜨락또르를 농사에 쓰려면 연유 보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홍단군의 한 농장원은 “대홍단군은 양강도에서 감자 재배면적이 제일 큰데도 연유가 잘 보장되지 않아 대부분 인력으로 농사를 지어왔다”면서 “그러니 다른 농장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연유가 보장되지 않는 한 뜨락또르가 있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갑산군의 한 농장원은 “기계가 있어도 연유가 없으면 무용지물인데, 연유가 보장된다는 말이 없지 않느냐”며 “그래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뜨락또르 때문에 사람들이 더 달궈지게 됐구나’하는 것이었다. 원수님의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며 소처럼 내몰릴 생각을 하니 온몸이 오싹하다”고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이렇듯 이번 트랙터 보급 이후 농장원들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얼굴에 그늘이 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감자 농사에서 혁명을 일으키라는 것이 (트랙터를 보급한) 기본 목적인데 농사 성과가 좋지 않으면 그 책임으로 추궁당하거나 심하면 처벌이 내려질 수도 있어 농장원들은 벌써 한숨을 쉬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사랑과 배려에 수확량으로 보답했다는 결과를 내야 하는데, 비료 등 농사에 필요한 모든 게 부족한 조건에서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 농장원들로서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연유 보장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는 지시가 현재 없어 보급된 뜨락또르가 올해 농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연유가 어느 정도 보장돼 올해는 농장원들의 일이 조금이라도 덜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6일 김 위원장이 양강도의 시, 군들에 능률 높은 트랙터를 보내 도안의 일꾼들과 근로자들의 참가 하에 트랙터 전달 모임이 진행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