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웅 리수복 깎아내려 문제시된 영예군인들, 처벌 면했다

말 반동 죄명 씌울 대신 법무부장이 직접 맡아 교양하도록 해… "재생의 기회를 준 것"

북한 노동당의 지원 물품이 황해남도 해주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황해남도 해주시에서 2명의 영예군인(상이군인)이 정치적 발언을 한 것으로 문제시됐으나, 영예군인에 대한 일종의 특별관리 차원에서 관대하게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해주시 당위원회는 4일 열린 회의를 통해 지난달 장거리 벌이버스에서 2명의 영예군인이 술을 마시면서 전쟁영웅으로 불리는 리수복에 대한 사상적 발언을 한 것으로 차장과 승객들로부터 신고된 사건에 관해 해주시 법무부장이 책임지고 준법 교양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북한은 리수복이 1951년 10월 30일 최전방 부근에 위치한 1211고지 전투에서 18세의 어린 나이에 불 뿜는 적의 화구를 가슴으로 막아 고지의 재탈환을 보장하고 전사했다며 그를 공화국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특히 북한은 리수복이 생전에 애국심을 주제로 “나의 생명, 나의 희망, 나의 행복은 조국의 운명보다 귀중치 않다. 하나밖에 없는 조국을 위하여, 둘도 없는 목숨이지만, 나의 청춘을 바치는 것처럼, 그렇게 고귀한 생명, 아름다운 희망, 위대한 행복이 또 어디 있으랴”라는 내용의 시를 썼다는 이유로 그를 더욱 띄우고 있다.

그런데 2명의 영예군인이 바로 이 리수복에 대해 “술 먹고 제정신 아닐 때 화구 막은 것”이라고 해 문제시됐다는 전언이다.

신고를 받은 해주시는 영예군인들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이르도록 ‘최고의 6·25 전쟁영웅’으로 추앙받는 리수복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한 것을 심각한 사상적 문제로 꼽았다.

다만 해주시는 이들을 ‘말 반동’이라는 죄명으로 보위부에서 취급하도록 하기보다는 법무부가 나서서 웬만하면 교양 처리 수준으로 다스리도록 했다고 한다. 영예군인들에 대한 국가공급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에 대한 의견과 불만이 많은 이들을 달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소식통은 “법적 처벌보다는 재생의 기회를 주고 그들이 군사 복무하던 시절처럼 조국에 헌신하도록 법무부장이 직접 맡아 교양하도록 한 것”이라며 “이전 같으면 말 반동으로 벌써 처벌받거나 보위부 처리 대상이 돼 어디론가 끌려갔겠지만, 이번 사건은 법무부가 직접 나서서 지켜줬기 때문에 살아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주시는 비단 이 2명의 영예군인들만의 사상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기관, 기업소, 단체들이 영예군인 한 명 한 명을 맡아 정치사상 및 준법 교양에 힘을 넣을 것과 그들의 편의와 일신상의 문제들을 개선, 해소해줄 것을 주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해주시는 “평화 시기 영예군인들은 전시에 적의 화구를 막은 리수복 영웅처럼 당과 조국을 위해 청춘을 바친 영웅과 같다”면서 “이번 기회에 영예군인 담당제를 실시하고 그들이 불만을 품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해주시는 인민위원회 위원장, 행정·계획·국토·상업·교육·보건 담당 부위원장들부터 시안의 영예군인 명단을 받아 담당제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