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시 재일교포 후손들, 건군절 맞아 통 크게 軍 지원했다

미풍 소행 보고되자 도당 '잘 돌봐주라' 지시…주민들, 발전 한계 있는 재일교포 동정하기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3년 3월 6일 “수많은 원군미풍열성자들이 (김정은) 총비서 동지의 사랑과 믿음에 충성으로 보답하겠다고 하면서 또다시 많은 원호 물자를 마련하여 초소의 병사들에게 보내주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강원도 당위원회가 건군절(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일)을 맞으며 인민군 지원에 모범을 보인 재일교포 후손들을 당적으로 잘 돌봐주라는 지시를 내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북한 강원도 소식통은 7일 “재일교포 후손들의 생활과 사업을 잘 돌봐줘 사회주의 경제 건설장과 인민군대 원호(援護) 사업에 앞장서 시대의 선구자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라는 강원도당 조직부 지시가 지난 5일 도내 정치조직들에 내려졌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지시는 지난 4일 원산시의 일부 재일교포 후손이 영예군인(상이군인)과 함께 강원도 회양군에 위치한 1군단 지휘부를 방문하고 지원 물자와 위문품을 전달한 이후에 내려졌다.

소식통은 “재일교포 후손 가족은 건군절을 맞아 영예군인들을 데리고 1군단 지휘부를 찾아가 (북한 돈) 500만원과 돼지고기 200여kg을 전달했고, 지휘부 직속 경비중대 군인들과 영예군인들의 상봉 모임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들은 원산시 내에서 영예군인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영예군인들과 함께 강원도 창도군의 농촌 살림집 건설장을 찾아 북한 돈 400만 원과 개고기 50kg을 전달하는 등 이른바 ‘미풍’ 소행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소식통은 “영예군인들을 한 사람씩 돌봐주면서 사회주의 경제 건설장과 인민군대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는 원산시 내 재일교포들의 소행이 여러 차례 보고되면서 도당에서는 이들의 생활을 잘 돌봐주라는 지시를 해당 정치조직들에 내려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도당은 특별히 공로 있는 대상에게는 국가수훈과 표창도 하라면서 당과 국가에 대한 재일교포 후손들의 변함없는 충성심을 도내에 일반화하도록 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원산시에는 재일교포 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다”며 “대부분은 청진-원산, 평양-원산, 함흥-원산, 남포-원산 간 무역이나 장사를 하면서 살고 있는데, 주민들은 아무리 재일교포 후손이라 해도 요즘처럼 먹고살기 힘들 때 선뜻 지원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재일교포 후손은 북한의 성분 제도상 당, 보위기관 등 권력 기관의 높은 직책에 앉을 수 없는 대상으로 낙인돼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 속에서는 “돈을 아무리 많이 지원해도 재일교포라는 딱지는 평생 벗지 못할 그들의 올가미”, “1호(김정은 국무위원장) 방침이면 몰라도 이번 도당 지시 정도로는 재일교포라는 목줄을 벗을 수 없을 것”이라는 등 동정하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