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김정은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농촌살림집건설의 일환으로 ‘선경마을’을 건설한 금야군건설여단을 조명하면서 ‘지방발전 20X10 정책’ 이행을 위한 일군들과 근로자들의 애국심을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이 자인했다. 지방경제를 ‘한심한 수준’이라고. “초보적인 생활필수품 조차 원만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늘날 우리 당과 정부에 있어서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며 경제적 어려움을 실토했다.

김정은이 지난 당중앙위 제8기 제19차 정치국확대회의에서 제시한 <지방발전 20×10 정책>은 한마디로 껍데기에 불과하다. 인민생활향상과 지방발전을 도모한다는 내용이지만 실상은 된장, 고추장 하나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북한경제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른바 <지방발전 20×10 정책>의 내용은 20개 시군에서 지방공장을 활성화하는 것을 10년 내 이루겠다는 것이다. 평양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고 인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제시한 <지방발전 20×10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사상, 선전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우리 당의 숙원, 거창한 혁명> 등 관련 선전화를 9장이나 제작해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 김정은이 ‘세기적인 낙후성의 대명사인 농촌’으로 표현한 지방의 경제적 어려움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정은이 제시한 <지방발전 20×10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아니 애초부터 그 제안 자체가 모순이다. 앞으로 10년이면 2034년이다. 세계는 AI(인공지능)가 주도하는 글로벌 산업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최첨단 산업으로 국가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시기에, 지방에 공장 몇 개 지어서 그나마 생필품을 공급하겠니 얼마나 시대와 역행하는가.

북한이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김화군의 성공사례를 통해 오히려 이 정책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북한이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연일 선전하는 김화군 관련 영상을 보면 그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산가시를 재료로 다래 단졸임(잼)과 단물을 만들고, 강냉이(옥수)와 콩을 주원료로 기초식품과 식료품을 생산했다고 한다. 비누 생산은 군에서 조달한 수유기름을 짜서, 마디나무에서 증유를 뽑아서 제품을 만들었다며 혁신을 강조한다. 실제로 이번 정책을 홍보하는 선전화를 보면 “시군의 경제적자원과 원료원천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조성하고 리용(이용)하자”고 쓰여 있다.

/사진=북한 조선중앙방송 화면 캡처

이러한 주장은 노동신문 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산을 낀 곳에서는 산을, 바다를 낀 곳에서는 바다를 리용하여 생산한 갖가지 식료품들이며 자기 군의 공장들에서 생산한 특색있는 경공업제품, 가구를 비롯한 생활용품으로 하여 인민들의 살림은 보다 윤택해 질 것이다”라고 언급한다(노동신문, 2024.2.3.). 한마디로 그 지역 산에서, 바다에서 추출한 원료를 갖고 기초 생필품과 식료품을 만드는 것이 김정은이 제시한 정책의 핵심내용이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역 클러스트를 형성하여 최첨단 반도체, 해양플랜트, IT, AI, 로봇 등으로 경제 혁명을 이루고 있다. 북한이 ‘지방혁명’이라 표현하지만, 기껏 산에서 나는 열매를 갖고 된장, 고추장 등 식료품을 공급하라는 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걸 앞으로 10년 동안 하겠다는 것이다. 2034년에도 식료품을 나무 열매와 바다 해초를 구해서 공급하겠다니 말이 되는가.

이 정책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방공장 건설에 인민군대를 동원한다는 점이다. <지방발전을 위한 투쟁에서 인민군대가 기수, 주인공이 되자>라는 선전화를 통해 인민군대가 이 정책의 관철을 위해 동원됨을 알 수 있다. 한편에서는 김정은이 올해 전쟁을 결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며 한반도의 위기를 부추긴다. 그런데 정작 오늘 전쟁을 준비한다는 북한에서 인민군대는 지방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실정이다.

김정은이 새해 벽두부터 전쟁 운운하며 두 개의 조선을 언급하는 건 그만큼 북한 내부적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정세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수문제, 난방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을 외부의 적으로 화살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2034년에도 여전히 나무열매를 원료로 공장을 돌리려는 북한의 미래가 그저 암담해 보인다. 이제 그런 북한을 더 이상 지켜만 봐서는 아니 될 일이다. 김정은의 독재 아래 신음하는 주민들의 아우성과 절규는 결단코 2034년까지 이어지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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