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들이 만든 건설 자재 사 바쳐야 하는 주민들, 불만 토로

당·행정기관 일꾼-돈주 결탁해 돈벌이…주민들 "부담 줄여주지 않고 자기들 배만 불려" 비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2년 9월 15일 “당의 웅대한 사회주의 농촌건설 구상을 높이 받들고 각 도의 일꾼들과 근로자들이 충성의 돌격전, 치열한 철야전을 들이대며 농촌 살림집 건설 성과를 부단히 확대하고 있다”며 각 지역의 농촌 살림집 건설 현황을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방 살림집 및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방에서는 당·행정기관 일꾼들이 부유층인 돈주들과 결탁해 건설 자재를 생산하게 하고 이를 주민들에게 사서 바치게 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황해북도 소식통은 7일 “사리원시는 국가 경제건설 과제 집행을 위해 필요한 블로크(벽돌) 등 세멘트(시멘트) 혼합물로 만드는 건설용 자재들을 시내의 돈주들에게 만들도록 지시하고 그것을 주민들이 돈으로 사서 국가에 바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사리원시에서는 돈주들이 건설용 자재를 많이 찍어 아파트 주변 공지나 단층 살림집 앞마당에 쌓아두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에 사리원시 주민들은 곧 건설 자재를 바치라는 세외부담 과제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이전에도 돈주들이 이런 모습을 보일 때면 어김없이 기업소, 학교, 인민반을 통해 조직별, 세대별로 건설 사업에 필요한 자재를 바치라는 과제가 내려지곤 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사리원시는 지난달 26일 올봄에 시작해야 할 지방 발전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내 기업소, 학교, 인민반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벽돌 등 건설용 자재를 바치라는 세외부담 과제를 내렸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돈주들이 찍어낸 벽돌을 돈을 주고 구매해 바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소식통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 인민위원회가 시멘트나 자갈, 모래 같은 원료들을 모아서 공장들에 지시를 내려 건설 자재를 생산했다”며 “그래서 주민들이 자재를 바칠 때 돈이 덜 들었는데 지금은 돈주들이 만들어서 개당 파는 것을 사서 바치니 배의 돈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건설 자재를 사서 바칠 때보다 돈주들이 만들어 낸 건설 자재를 사서 바칠 때 돈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그만큼 주민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다.

당·행정기관 일꾼들은 돈주들에게 자재 생산을 맡겨 뒷돈을 챙기고 돈주들은 생산한 건설 자재를 주민들에게 팔아 돈을 벌 수 있으니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지만, 정작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주민들은 돈주들을 이용하는 시당과 시 인민위원회도 못마땅하고, 이 기회로 돈벌이에 나선 돈주들도 얄밉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소식통은 “주민들은 배급도 없이 농촌 살림집, 지방 공장들을 자체로 건설하라는 당 정책도 불편하지만, 국가와 개인이 손을 잡고 돈벌이하는 데 이용당하는 것이 더 불편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행정 일꾼들과 돈주들이 자기들의 이익만 좇는 것이 너무 또렷이 보이는데 이런 행위들이 정당화되는 것이 보기 안 좋다는 게 주민들 입장”이라며 “부담은 줄여주려고 하지 않고 자신들의 배만 불리려는 당·행정 일꾼들과 돈주들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계속 쌓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