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너무 쐈나…北, 외화벌이 기관에 군수자금 마련 지시

군수공업부 산하 외화벌이 기관에 '1.8자금' 상납 과제 하달…10월 말 지시는 이레적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시험발사를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며 김 위원장이 “우리의 핵무력이 그 어떤 핵 위협도 억제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또 다른 최강의 능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 기관에 군수용 자금 상납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연합군사훈련 대응 차원의 유례없는 연쇄 무력 도발로 소진된 전력과 재원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7일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군수공업부는 지난 10월 말 산하에 두고 있는 외화벌이 회사에 ‘1.8자금’ 상납 과제를 하달했다.

북한 외화벌이 기관들 사이에서 ‘1.8자금’은 당 자금 중에서도 무기개발 및 구입에 사용되는 군수용 자금을 일컫는 용어로 통한다. 김정일 시대에는 ‘2.16자금’이라고 불렀지만 김정은 정권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을 뜻하는 의미에서 ‘1.8자금’으로 불리고 있다.

이번 지시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외화벌이 기관 70여 곳에 동시에 하달됐으며, 1차는 12월 연말 총화 전, 2차는 내년 1월 음력설 전까지로 납부 기한도 공지됐다고 한다.

이번에 과제를 하달받은 군수공업부 산하의 외화벌이 회사 중 일부는 암호화폐 해킹 등으로 불법으로 자금을 탈취하는 IT관련 그룹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달 17일 열린 ‘북한 암호화폐 탈취 대응 한미공동 민관 심포지엄’에서 “북한은 지난 3월 ‘엑시 인피니티’라는 게임 회사를 해킹해 6억 2000만 달러(한화 약 8300억 원)의 암호화폐를 탈취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올해 상반기에만 3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데 4억 달러에서 6억 5000만 달러를 탕진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지난 3월 단 한 건의 해킹으로 북한이 상반기 탄도 미사일 발사 비용 전체를 벌게 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화벌이 회사들이 지난 10월 말 하달받은 외화벌이 액수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기관별로 적게는 수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십만 달러까지 달하는 적지 않은 금액을 상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10월 말에 새로운 자금 마련 지시가 내려온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지고 있다. 10월부터 12월 연말 총화 준비에 들어가기 때문에 10월 말에 새로운 지시가 내려오는 일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외화벌이 과제는 조직 규모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내려지는데 이번에는 일괄적으로 과제가 하달된 점도 이전과 다른 양상이라고 한다. 그만큼 내부에서 운용할 수 있는 군수 자금이 부족해진 상황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올해 1월 5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급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지난달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까지 올해에만 30여 차례에 걸친 전례 없는 무력 도발을 감행해 왔다.

더욱이 북한 당국의 계획대로라면 국방발전 5개년 계획 달성을 위해 최소 2차례의 핵실험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소식통은 “아무리 부족해도 연말이 다가오는데 추가 과제가 내려오는 일은 거의 없는데 그만큼 1.8자금이 부족하다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