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지속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을 연장하기로 한 가운데, 북한군은 한미의 훈련 연장 결정 이후 군 지휘부 갱도(벙커)훈련 명령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공군은 3일 “한미 공군은 최근 지속적인 북한 도발과 관련해 지난 10월 31일 시작한 비질런트 스톰 훈련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박정천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3일 오후 8시 38분쯤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를 통해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선택”이라며 “미국과 남조선은 자기들이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4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박정천의 담화가 나온 직후 북한군은 ‘준전시태세’가 발령되지 않은 중부 및 후방 부대에 비상 소집을 하고 갱도 훈련도 명령했다.
앞서 본보는 비질런트 스톰이 본격 개시된 지난 10월 31일부터 북한이 육군 1·2·4·5군단과 동해 해군 1·2전대 그리고 서해 해군 8전대 등 최전방 지역에 주둔하는 군부대에 준전시태세를 발령했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최전방 부대에 ‘준전시태세’ 발령…1호 신변안전에 예민 반응)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총참모부가 중부 및 후방에 주둔하는 육·해·공군과 전략군에 지휘부 갱도 훈련 돌입을 지시한 시각은 3일 22시다.
이에 따라 현재 중부 및 후방 군단 사령부 지휘관들이 갱도 내에서 작전 훈련을 벌이고 있다.
지휘관 갱도 훈련은 전쟁으로 지상 건물이 폭격됐을 때를 가상한 지휘부 방어 훈련으로, 대개 동기훈련이나 하기훈련 등의 정기적인 군사 훈련 시에 진행된다.
한미의 비질런트 스톰 연장 결정 이후 북한 군 당국이 내부적으로 지휘부 갱도 훈련을 지시한 것은 자신들의 전략과 관련한 전자 신호가 한미 자산에 의해 탐지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최전방 부대에는 지난달 31일 발령된 준전시태세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보면 3일 밤부터 현재까지 북한군 주요 지휘부 전체가 벙커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지휘부 갱도 훈련 명령은 사령부 지휘관에게 국한된 것이어서 예하 구분대 지휘관과 하전사들은 평시대로 내달 1일부터 시작되는 동기 훈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군 지휘관들 사이에서는 ‘미국과 남조선의 연합공중훈련은 연례적인 훈련이고 연장됐다 하더라도 곧 끝날 것인데 모든 화력을 쏟아붓는 것은 조금 과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지휘관들은 연례적인 훈련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과 전력을 투하해 전투 태세를 갖추고 수십 발의 미사일까지 발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나름의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소식통은 “현재 진행 중인 지휘관 갱도 훈련은 오는 6일 오전에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