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건설장에 투입된 인민군대

2월 28일 평안남도 성천군에서 지방공업공장 건설 착공식이 진행됐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군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인민군대는 지금 어디에서 어떤 임무를 맡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최근 북한에서 발표한 주요 자료를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먼저, 어제(3월 5일)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공개 담화를 발표했다. 이 발표문에서 북한은 정례적인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며 행동을 중지하라고 경고했다. 이 담화문이 나오자 국내 언론 기사의 헤드라인은 대부분 <북한, 한미연합훈련 반발, “응분의 대가 치를 것”>이라며 담화문 마지막 문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응분의 대가 치를 것”이라는 표현만 보면 마치 북한이 지금 전쟁을 일으킬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필자가 이 담화문에서 주목한 부분은 바로 “인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경제건설에 대규모 군병력이 투입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현실”이라는 표현이다. 국방성 대변인이 공개 담화를 통해 북한 인민군대가 지금 대규모 건설 현장에 동원되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인민군대는 경제건설에 투입되었을까?

바로 김정은의 교시 때문이다. 지방공업혁명을 강조하며 김정은은 지난 당중앙위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세부 내용을 제시했다. 이 정책의 관철을 위해 북한의 모든 단위, 기관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며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북한당국이 제작한 선전화를 보면 <지방발전을 위한 투쟁에서 인민군대가 기수, 주인공이 되자>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인민군대가 이 정책의 관철을 위해 대규모로 동원됨을 알 수 있다. 한편에서는 김정은이 올해 전쟁을 결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며 한반도의 위기를 부추긴다. 그런데 정작 전쟁을 수행할 인민군대는 지방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실정이다.

북한 인민군대가 지방공장 건설에 대규모로 투입된다는 점은 지난 2월 28일 성천군 공업공장 착공식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이 전용 기차까지 타고 현지지도 한 성천군 착공식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조선인민군 제124연대’를 새로 조직하고 김정은이 군인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김정은이 직접 부대 깃발을 일일이 건네주며 건설을 독려한다. 이례적으로 성천군 공업공장 착공식 관련 사진과 기사들이 노동신문 총 6면 중 3면에 걸쳐 보도됐다는 점도 김정은이 지방발전 정책에 얼마나 집중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김정은의 교시에 따라 인민군대는 대규모 건설장에 내몰리고 있다.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외적으로는 핵무기로 세계를 위협하고, 내부적으로는 인민군대를 동원해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한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간주하라는 김정은의 말에 ‘응분의 대가 치를 것’이라는 표현이 더해지면서 한반도 위기론은 점점 부풀려진다. 담화문에서 특정한 단어와 표현을 침소봉대하는 건 국민을 불안케 할 뿐만 아니라 코리아 리스크라는 점에서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국방성 대변인 담화는 북한 당국의 불안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인한 정신과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우리 군의 책무다. 특정 언론의 그릇된 인식과 전쟁 위기 조장은 대한민국의 국론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자초할 뿐이다. 북한 내부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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