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최근 북한 특이동향 : 김정은의 복선(伏線)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1월 중순경 제8기 제6차 정치국회의를 소집하고 대미 신뢰구축 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라는 ‘모라토리엄’ 선언의 철회를 시사한 셈이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내외의 이목을 계속 끌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의 정중동(靜中動) 행보가 오랜기간 동안 이어지고 있다. 폭풍전야와 같은 느낌이 든다. 고약한 냄새도 스물스물 새어 나온다.

안보는 0.001%의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최근 북한 내 특이 움직임들이 갖는 의미를 짚어보는 것은 의의가 있다.

필자는 지난 6월말 칼럼(2022.6.27. 데일리NK 곽길섭북한정론 ‘북한의 대남 특이행보: 강경과 신중의 이중모드’)을 통해 김정은이 올해들어 다종다기한 전략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준비 등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서도 한미정상회담·대북전단 살포 재개 등 남북관계 주요현안들과 관련해서 매우 신중한 모드를 취하고 있는 이중적 행동의 의미를 평가한바 있다.

“우리는 김정은이 핵·미사일 전력체계 고도화 및 강대강 국면 조성 → 상·하층 통일전선전술 전개 → 미국과의 군축협상을 통한 안보·경제 실리 획득 → 비핵화 협상 파기 → 핵보유국으로 유턴 → 북한주도의 한반도 적화통일(연방제 또는 무력통일)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강·온 전술을 구사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은 1단계라고 할수 있다. 조만간 본격적인 통일전선전술 구사의 2단계로 넘어갈 것이다”(위의 6.27자 데일리NK 칼럼)

이번 글은 지난번 정론에 이은 후속진단이다. 7월은 북한 캘린더에서 전통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른바 ‘반미투쟁월간’(6.25 한국전쟁발발~7.27 정전협정 체결)이 있는 달이다. 북한의 주장대로 하면 전승(戰勝)을 기념하는 기간이다.

여기에다 7차 핵실험을 포함한 전략전술적 도발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리고 매년 한미합동군사훈련 문제로 남북관계의 긴장이 고조되는 8월이 다가오고 있다. 게다가 대북원칙론을 강조하는 윤석열정부가 출범한지도 60여일이 지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앞날을 판가름할 11월 중간선거도 그다지 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북한 내 움직임은 예년과 사뭇 다르다. 특히 ▲북한 방역사령부가 대북전단을 코로나19의 진원지로 규정한 가운데 ▲당정군 전열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하고 ▲막후에서 북한체제의 뇌수·신경망 역할을 수행하던 당조직지도부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고 있는 것은 주목되는 포인트다.

대북전단을 코로나19 최초 진원지로 규정

북한은 7월 1일 코로나19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 지역에 살포된 ‘대북전단’을 감염 유입경로로 지목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발표는 과학적·객관적 조사와는 무관하며, 과학이라는 허울을 쓴 정치외교적 술책일 뿐이다.

“우리 측 민간단체가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는 시기는 북측이 최초 접촉 시기로 언급한 4월 초보다 늦은 4월 25일과 4월 26일이다….물체의 표면에 잔존한 바이러스를 통한 코로나19 감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질병관리청 등 관계기관 및 전문가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들의 공통된 견해이다…..물자나 우편물 등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공식적으로 인증된 사례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2022.7.1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 브리핑)

북한이 우리 대북전단에 코로나 확산의 책임을 전가한 것은 기본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에 미칠 수 있는 민심이반을 예방하고 ▲주민들의 대북전단에 대한 호기심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렇지만 한발 더 나아가 ▲향후 더욱 치열해질 대미-대남 기싸움·통일전선전술 국면에서 대북전단을 정세조작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Again 2020’ 전술(2020년 6월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도발 자행)은 김정은이 언제든지 다시 꺼내들 수 있는 다목적 카드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1일 35만 명 수준에서 시작하여 1천 명대(사망자:74명)로 내려왔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런 추이라면, 금명간 코로나 프리(free)를 선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정은이 가장 아파하는 대북전단은 9~10월까지는 남풍(南風)이 강하게 불어 북한에 커다란 골칫거리다. 문재인정부와 달리 대북전단 살포자를 처벌하지 않고 자제만 권유하는 윤석열정부에 강한 경고를 날리고 싶을 것이다.

여기에다 반미투쟁월간, 한미합동군사훈련, 전략미사일 시험발사, 7차 핵실험 등 충돌변수들도 만만치 않다. 북한이 코로나19 유입경로(대북전단)를 빌미로 정세조작을 시도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닷새 간 ‘조선노동당 각급 당 위원회 조직부 당 생활지도부문 일꾼 특별강습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를 지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내부 전열 재정비에 총력 경주

김정은은 코로나19 방역 종합대책을 수립·발표한 5월 12일 당정치국 회의를 시작으로 5번의 정치국 회의, 당중앙위 전원회의(6.8~10), 당비서국 확대회의(6.12/6.18), 당중앙군사위 확대회의(6.21~23), 당조직지도부 특별강습회(7.2~ 6) 등을 연이어 개최하면서 코로나19 방역, 조직 및 인사 개편, 전방부대 전력 운용체계 재편, 사정활동 및 주민통제 강화 대책 등을 논의하였다.

특히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는 “대적투쟁과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되어야할 원칙들과 전략전술적 방침들이 천명되었다(구체적 내용은 미공개)”, 대한민국 동해안 지도를 펼쳐놓고 진행한 당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는 “군 전선부대들의 작전임무에 중요군사행동 계획을 추가하였다”고 하여 전술핵무기의 실전배치 가능성까지 은근히 과시하였다. 한편 북한정권 창설이래 최초로 각급 당 위원회 조직부 당생활지도부문 일꾼 특별강습회를 5일간이나 소집하였다.

이처럼 북한이 김정은의 진두지휘하에 지난 시기를 결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회의를 연이어 개최한 것은 김정은 친정체제 공고화, 간부기강 확립, 전사회적 총동원 태세 구축, 핵·미사일 보유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지구전 태세 완비를 위한 조치이다.

음지에서 양지로

이런 과정에서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거치며 수령 유일지도체계를 막후에서 뒷받침하던 최고실세 권력기관, ‘당속의 당’인 당조직지도부가 전면(前面)에 등장한 점이 매우 이례적이다.

“당조직지도부는 우리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국정상황실, 감사원, 국정원, 총리실 인사혁신처 등의 핵심기능을 총망라한 최고의 막후 실세조직으로서, 간부선발 및 처벌, 각 기관 및 지역 당위원회 사업총화, 일일통보체계, 검열 등을 통해 북한사회 전반을 철저하게 장악하고 있는 부서이다”(2019.4 곽길섭 저, 『김정은 대해부』 71쪽).

당 조직비서 겸 조직지도부장 조용원을 비롯 1천여 명의 최고 충성분자·막후 권력실세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매우 상징적이다. 게다가 5일동안이나 진행되고, 김정은의 김일성 사망일 금수산기념궁전 참배(7.8)에 동행하고, 김정은과 기념촬영을 하는 등의 공개일정을 소화했다. 파격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부정부패 척결 등 당의 비밀·공개 사정활동이 당중앙검사위원회(집행부서:규율조사부와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추세하에서 유일영도체계 확립의 뇌수이자 전위대인 조직지도부의 임무와 역할이 다소 조정되어 나갈 것임을 시사해 준다.

맺음말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김정은 집권 11년차를 맞아 김정은의 통치리더십을 보다 공고히 하면서 ▲당면한 코로나19 위기 타개 ▲핵전력 고도화 및 미국과의 대결전(도발과 협상) 준비 ▲각분야별 목표 달성을 독려하기 위한 조치, 즉 내부 전열을 재정비하는 전략전술적 측면으로 이해된다.

특히 북한이 향후 대북전단 살포, 한미합동군사훈련 재개 등에 대해 대대적인 비난전, ‘제2의 2020년 6월 도발 국면’(예상되는 도발형태: 사실상 거의 해체된 해금강호텔의 공개 폭파) 조성, ICBM 시험발사, 7차 핵실험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지속된다면 2년 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2022.7.9. 북한의 재일본선전매체 통일신보)

이와 함께 윤석열정부의 대북 원칙론에 대해서는 ‘전쟁 對 평화’(전쟁공포감 조성), ‘우리민족끼리’(한미이간)의 프레임을 조성하여 우리사회내 ‘51:49의 통일전선전술’ 기반을 구축하려고 획책할 가능성이 크므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 내 일각에서는 강對강(긴장과 대결)이 끝나면 ‘연對연’(대화와 협상)의 국면이 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대남전략전술을 분석해 볼 때, 그 중간과정으로 ‘강·온對강·온’(긴장조성과 상하층 통일전선전술)의 국면이 상당기간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김정은을 정확히 상대하고 비정상화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선의나 희망이 아닌 원칙과 당당함, 다양한 전략전술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글을 맺는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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