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김정은 對 윤석열(최종회) : 첫 단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 /사진=노동신문·뉴스1, 연합

새 정부가 출범(5.10)한 지 20여 일이 지났다. 그간 권력 교체기라는 과도기적 국면에다 코로나 청정국을 주장하던 북한 내 오미크론 확산, 김정은의 미사일 도발,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 지방선거 등과 같은 초대형 이벤트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녹록지 않은 시간들이 흘러갔다.

필자는 제20대 대통령 선거(3.9)가 끝난 이후부터 데일리NK 곽길섭북한정론 코너에 ‘김정은 對 윤석열’ 제하 시리즈 정론(총 7편)을 게재하면서 새 정부의 국가안보 시스템과 정책 방향을 제언한 바 있다. 5월 중순에는 ‘윤석열 對 김정은’ 제하의 소책자(handbook)를 출간하기도 하였다.

그 이후 한반도 정세가 격변의 과정을 겪었지만(할 말도 많았지만), 필자는 여행·만남 등의 시간을 가지며 잠시 펜을 내려놓았다. 일종의 휴필(休筆)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오늘은 그간 혼자서 생각했던 화두(話頭) 몇 가지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세계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는 분량, 형식, 내용 등에 있어 과거 대통령 취임사와는 사뭇 달랐다. 특히 35번이나 강조한 ‘자유’의 가치는 백미(白眉) 중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일반인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은 또 다른 한 장면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그건 바로 대통령이 연설문 곳곳에서 ‘세계 시민’을 부른 후 세계의 가치·문화를 함께 선도해 나가자고 강조하는 장면이었다.

저는 이 순간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책임을 부여받게 된 것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우리 위대한 국민과 함께 당당하게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또 세계 시민과 힘을 합쳐 국내외적인 위기와 난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세계 시민 여러분, 저는 이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우리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2022.5.10.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 中)

필자는 지난 기간 동안 “왜 우리는 몸이 몰라보게 커졌는데도, 한반도라는 작은 우물에 갇혀 있느냐?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독재자가 가로막아선 북한이 아니다. 즉 하나로-세계로-미래로(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길이 아니라, 세계로-미래로-하나로(자유평화번영프로세스) 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취임사를 듣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다시한번 강조한다. 평화와 통일은 소망이나 이상, 김정은에게 매달려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리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 ▲국력을 키우고 ▲세계의 가치와 문화를 선도해 나갈 때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현철해 북한 국방성 총고문의 발인식이 5월 22일 오전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됐다. 북한은 현철해 장례를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위원장을 맡는 국가장의위원회를 구성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현철해는 김정은의 심리적 아버지(psychological father)

국내외 전문가와 언론들은 5월 19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현철해 원수의 극진한 장례식을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기여한 그의 공로 ▲향후 권력층 인물들의 충성 유도를 위한 전형(model) 만들기 차원으로 해석했다.

물론 이 같은 분석은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뭔가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전에 사망한 양형섭, 김영춘, 리을설 등 원로들과 비교할 수 없는 장면들이 수없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보다 근원적인 측면에서 이유를 찾았다. 다름아닌, 콤플렉스(complex)의 관점이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할아버지 김일성에게 존재 사실을 알리지 않은 숨겨진 서자였기 때문에 ‘서자·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상세내용은 필자의 저서 『김정은 대해부』 참조). 그래서 내면의 깊은 곳에는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잠재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권력을 쟁취해야만 했고, 권력을 장악한 이후에는 백두혈통을 계승한 통치자의 신분이기 때문에 그러한 복심을 드러낼 수 없을 뿐이다.

이번 현철해 장례식을 통해 김정은 심리세계에 대한 마지막 퍼즐이 완성되었다. 그간 필자는 김정은이 2012년 7월 부인 리설주와 팔짱을 끼고 릉라인민유원지를 시찰하는 모습(언론: 개혁-개방 이미지 상징/필자: 아버지와의 차별행보 시위에 중점을 두고 평가) 등을 통해 김정일과 180도 다른 통치행태를 증명해 왔는데, 이번 장례식은 매우 결정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었다.

김정은이 보여준 행동은 우리 전통사회의 부친상(父親喪) 장례식을 연상케 한다. 첫째, 김정은이 현철해의 손을 잡고 임종을 지켰다. 전통적인 장례(30~40년전)에서는 임종을 지키지 못하면 불효자 중의 불효자다. 둘째, 코로나 국면인데도 불구하고 국장(國葬)으로 결정하고, 대규모 군중들을 동원했다. 셋째, 4일장 내내 사실상의 상주 역할을 했다. 넷째, 발인식과 영결식, 하관식 도중 수없는 눈물을 흘렸다. 얼굴이 퉁퉁 부었다. 가식(假飾)이 아닌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눈물이었다. 다섯째, 발인을 할 때는 관을 어깨에 메고 제일 앞에 섰다. 최고지도자가 부하의 관을 직접 메는 것은 보기 어려운 일이다.

결론적으로, 현철해는 김정은에게 특별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은 물론 어린 시절부터 김정은을 대신하는 아버지와 같은 역할(정서적/정치적 역할)을 했다고 추론된다.

핵에는 핵

필자는 현시기를 제3차 북핵위기 국면이라고 규정하고, 그 해법으로 자강-공조-북한 체제 변화를 기조로 한 북한 핵 ‘무용화(無用化)’ 전략전술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 일환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조속한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북한 핵도발 징후 포착 시 도발 원점과 북한지도부를 선제적으로 공격한다”는 것을 천명할 것(이른바 윤-바 선언)을 제안했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핵을 포함한 가용한 모든 수단’을 통해 북한핵에 대응해 나갈 것임을 천명하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하였다(2022.5.21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 中)

‘핵’이라는 한 글자지만, 이로써 북한 핵은 앞으로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 정부는 북한 핵에 주눅들거나 매달리지 말고 ▲자강과 공조를 통한 튼튼한 방위태세 구축 ▲로드맵과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북한 비핵화 ▲북한 도발 시 제재 강화 ▲국론통합 ▲세계를 선도하는 일류국가로 전진해 나가면 된다.

맺음말

윤석열 정부는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목표로 ‘튼튼한 안보, 당당한 외교’를 전개해 나갈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소망성 사고에 기초한 대북 굴종적·읍소적 행태와는 완연히 달라졌다. 그동안 잘못 꿰어진 단추를 풀어 헤치고, 첫 단추를 새롭게 잘 꿰었다고 할수 있다.

이제부터는 ▲보다 장기적·실용적 안목을 가지고 ▲미국 및 세계와의 적극적인 공조를 통해 튼튼한 안보와 국익 창출에 정진하면서 ▲북한체제를 전방위적으로 정상화시켜 나가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서두르면 진다. 시간은 북한편이 아니라 우리편이다. 담대한 마음과 치밀한 전략전술적 행보로 자유 대한민국, 한반도 평화체제, 통일한국을 건설하는 노정을 뚜벅뚜벅 걸어 나가면 된다.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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