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군인들 농촌에 총동원됐지만 농사일 속도 못내…이유가?

그늘에 앉아 시간만 채우기도…배곯는 군인들의 빈집털이에 주민들은 불만 목소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월 30일 “드넓은 황남(황해남도) 전야의 어디서나 농업도의 투쟁 본때가 힘있게 과시되고 있는 속에 모내기를 최적기에 결속한 농장, 작업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군인들이 모내기 철을 맞아 농촌에 동원되고 있지만, 영양상태가 좋지 못해 농사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전군에 무력 총사령부 명의로 된 농촌 동원 관련 지시문이 하달됐다.

구체적으로 지시문에는 방역학적 요구를 철저히 지키면서 당면한 모내기를 제철에 끝내는 것이 올해 농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명심하고 군인들이 물심양면으로 농촌 지원사업에 나설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비롯해 대외적으로 군사적 긴장 수위를 고조시키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전투 동원 태세를 일정 수준 해제하고 군인들을 농사에 본격 동원시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지시문에는 동원 기간에 농촌지원과 관련이 없는 회의나 모임을 조직해 사업에 지장을 주는 일을 없게 하며, 특히 군 간부 종업원(군부대 노동자)들 속에서 구실을 붙여 농촌지원에 빠지는 현상을 없애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재 황해남도 주둔 4군단 소속 구분대들은 오전 정치상학(政治上學)을 마친 후 주둔 지역 농장들의 모내기와 김매기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군인 대부분이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려 농사일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4군단 소속의 한 신병훈련 대대의 경우 농촌지원 현장에 나가는 신병훈련 군인들이 대부분 영양실조에 걸린 상태라고 한다.

이런 군인들이 주둔 지역 농장에 나가 하루 최소 6시간 이상 모내기와 김매기 작업에 동원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약한 군인들은 그늘에 앉아서 시간만 채우다 부대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올해는 전염병 전파로 농촌지원이 없을 줄 알았으나 긴장한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모내기 철을 놓치지 않고 인력이 부족한 농장들에 군인들을 총동원시키고 있다”며 “군인들의 농촌지원을 반기는 주민들도 있지만, 배를 곯는 군인들의 빈집털이가 잦아 한편에서는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실정”이라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