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소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30%, 설사·영양실조에도 방치·사망”

[구금시설을 파헤치다] 소식통 “건강·죽음 살피는 곳 아냐...죽어도 누구도 책임 안 진다”

북한 정치범수용소(관리소) 수감 인원 현황. / 사진=데일리NK, 자료=내부 소식통 종합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생·방역에 상당히 과민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범수용소에서는 오히려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는 배신자일뿐 공민(公民)이 아니라는 인식에 따라 당국은 이들의 건강이나 죽음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다는 지적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8일 정치범수용소 내 위생·방역 실태를 묻는 데일리NK의 질문에 “관리소(정치범수용소)는 건강을 돌보는 곳이 아니다”면서 “‘살아서 나가라’는 게 아니라서 (수감자가) 죽어도 상관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의 생명권, 건강권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당국이 수감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려고 조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도 엿보인다.

소식통은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은 사람이 아니라는 게 관리소 준칙이자 법규이다”면서 “수감자들이 죽어도 그 누구도 책임없다는 체계, 정책, 규정이 관리소에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감자가 너무 편하게 죽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도 있다”면서 “(이는) 우리 공화국(북한), 우리 혁명, 우리 사회가 어떻게 승승장구하고 승리하는지 보면서 말라죽든 굶어 죽든 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감자들의 죽음에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도록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에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소식통은 “관리소 내 위생방역 조치를 굳이 꼽는다면 관리자(보위원, 계호원)들의 건강 때문에 진행되는 것이 있다”며 “관리자들이 수감자 감방 주변 길로 지나갈 때 너무 악취가 나면 우화독수가루(병해충 방제제) 같은 걸 뿌려주는 정도이다”고 말했다.

수감자가 아닌 관리자들의 건강이나 위생을 위한 조치만 있을 뿐 지적이다. 당국의 비뚤어진 인권에 관한 인식이 재차 드러나는 대목이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북한 18호 관리소 광산구역에 대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2019년 4월 3일 석탄 더미가 2017년 8월 31일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난 2월 25일 밝혔다. /사진=북한인권시민연합 제공
상하수도 열악한 정치범수용소…수감자들 전염병에 그대로 노출

또한, 북한 정치범수용소는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감자들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오수에 노출돼 병에 걸리기 쉬운 환경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소식통은 “상하수도 시설은 감방 취사장 안에 딱 하나만 있다”며 “(이에) 대체로 우물에 뚜껑을 씌워놓고 물을 길어다 먹는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밤에 각 감방이나 공동 감방에 입방한 후엔 목이 말라도 밖으로 나올 수 없다”면서 “실제로 밖으로 나오면 총알이 날아오기 때문에 엄두도 못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하수도 시설이 없어 오수, 오물을 다 도랑에 내다 버린다”면서 “이로 인해 여름에는 시궁창 냄새와 구린내가 진동하고 날파리와 모기가 들끓는다”고 덧붙였다.

상하수도 시설의 완비는 인간에게 전염되는 각종 형태의 감염을 방지에 최소한의 요건이다. 그런 점에서 수감자들은 장티푸스, 콜레라, 이질 같은 불결한 환경에서 전파되는 수인성 전염병에 항상 노출된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오염된 환경에 지속 노출됐을뿐더러 제대로 의료 서비스도 상상할 수 없는 수감자들은 병에 걸려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소식통은 “관리소에서 병, 과로,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면서 “밤에 자고 나면 다음 날 아침 죽어가는 일이 다반사인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국가보위성 산하 관리소에 끌려간 수감자 10명 중 3명 정도는 급격한 설사나 영양실조에도 약을 못써 죽었다”면서 “하지만 중앙에서는 사망 원인도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국가보위성과 사회안전성에 의해 운영된다. 사회안전성 산하 수용소에는 진료소가 있지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고, 약품 등도 갖추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태다.

편집자 주 : 주민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북한 관리소(정치범수용소)입니다당국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이른바 반동분자들을 가두고 그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하고 있습니다하지만 당국이 철저하게 은폐하고 있기 때문에 실체는 갈수록 미궁 속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이에 데일리NK는 김정은 시대 관리소의 실태를 중심으로 각종 구금시설의 현재 상황과 당국의 관련 정책의 변화를 독자들에게 제공할 예정입니다.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총 23만2천명…작년 3월比 2만3천명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