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김 부자 모자이크벽화 보초서던 주민들

양강도 혜산 근처 마을에서 촬영한 모자이크 벽화 전경. 지난번 촬영 때는 보지 못했던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연구목적으로 노동신문을 읽다 보면 같은 형식의 기사 하나가 자주 눈에 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게재되는 기사는 다름 아닌 ‘특정 지역에 모자이크 벽화를 모시었다’는 내용의 기사다. 이달 10일자 노동신문에도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영상을 형상한 모자이크벽화를 함경북도 여러 단위에 모시였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구체적으로 보면 “혁명의 성산 백두산에 오르시여 무궁 번영할 주체조선의 밝은 미래를 축복해주시는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자애로운 모습을 형상한 모자이크벽화 《백두산에 오르시여》가 청진뻐스공장에 모셔졌다”는 내용이다.

기사는 이어서 “김책시 학성협동농장에 모셔진 모자이크벽화 《만풍년》에는 찬눈비 내리는 농장길, 포전길을 걷고 걸으시며 사회주의문화농촌건설의 새 력사를 펼쳐주신 어버이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에 대한 다함 없는 경모의 정이 뜨겁게 어려있다”고 소개한다. 또한 “온성지구탄광련합기업소 학포탄광의 근로자들은(중략) 모자이크벽화를 모시는 사업에 지성을 다 바치였다”고 언급한다.

종합하면 한마디로 “기업소 단위별로 모자이크벽화를 만들고 온 정성으로 받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모자이크벽화는 실상 콘크리트 벽에 그림을 그려 놓은 구조물에 불과하다.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를 그림으로 그려 넣고 가장 신성한 것으로 여기니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필자는 북중 국경지역 답사를 다니며 마을 어귀마다 세워진 모자이크벽화와 영생탑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침나절에는 모자이크벽화 주변을 청소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특별한 날에는 모자이크벽화 앞에 꽃다발이 한 아름 놓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모자이크벽화를 향한 북한 주민들의 정성은 눈물겹기 그지없어 보였다. 초상화 하나 그려져 있다고 해서 그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애지중지하며 숭배하는 모습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하나 목격했다. 바로 해 질 무렵이면 목총을 들고 그 주위를 돌며 보초를 서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누군가 모자이크벽화를 훼손할까 우려 때문에 인민반별로 보초를 서는 것이다. 하릴없이 모자이크 벽화를 맴돌며 보초를 서는 사람들의 심경은 어떠할까? 북한 주민들의 정권을 향한 불만이 이런 방식으로 표출된다는 점이 굉장히 고무적이다. 모자이크벽화를 정성으로 모셨다고 노동신문에 선전하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은 그것을 훼손함으로써 불만을 표시했다.

독재정권의 폭압에 맞서 왜 북한 주민들은 분연히 일어서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북한 당국의 통제와 억압을 보면 그 답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바로 자신뿐만 아니라 3대가 멸족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총살형을 직접 보고 자란 공포감은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대규모 집회나 시위는 아니더라도 북한 주민들이 김씨 부자 사진에 낙서 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는 분명 변화를 바라는 몸짓이라 볼 수 있다.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견뎌내며 민주화를 열망하는 북한 주민들의 희망이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들의 작은 날갯짓이 분명 북한민주화를 앞당기는 바람이 되리라 확신한다. 독재의 허상은 곧 무너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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