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발행한 2024년 달력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은 기념일로 지정되지 않았다.
데일리NK는 최근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발행한 2024년 북한 달력 3종을 입수했다. 열병식 장면, 백두산의 절경, 김 위원장이 해외 인사들에게 받은 선물을 테마로 한 달력들이다.
본지가 입수한 달력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생일(1월 8일)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으며 별다른 설명도 적혀 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집권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지났지만, 북한은 여전히 그의 생일을 기념일로 지정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김일성(4월 15일)과 김정일(2월 16일) 생일이 다른 공휴일과 달리 붉은색에 두꺼운 테두리까지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은 김정일의 33번째 생일이었던 1975년 2월 16일부터 그의 생일을 임시공휴일로, 그다음 해인 1976년에는 정식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후 그의 생일이 민족 최대 명절로 격상된 것은 1995년이었으며, 2012년에 ‘광명성절’로 명명됐다.
한편, 올해 북한의 휴일은 총 70일로 한국(68일)보다 이틀 많다.
다만 2024년에 새롭게 추가된 기념일이나 국가 명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민속 명절인 양력설(1월 1일), 설명절(2월 10일), 정월대보름(2월 24일), 추석(9월 17일) 등을 포함해 국가 명절인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4월 25일), 북한 정권수립일(9월 9일),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등이 공휴일로 표기됐다.
북한에 올해 정주년(5,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맞은 기념일이 없어 열병식 등 대규모 행사가 개최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지난달 말 열린 전원회의에서 군·군수·핵무기·민방위 부문에 전쟁 준비를 강화하라고 지시한 만큼, 군사력 과시를 위한 도발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올해도 달력을 군사력을 과시와 체제선전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보가 입수한 열병식 달력에는 조선인민군 창건 75돌 경축 열병식과 조국해방전쟁승리(정전협정 체결일) 70돌 경축 열병식의 주요 사진이 담겨있었다. 특히 열병식에 동원된 전략무기들을 달력 배경 사진으로 삽입해 군사력 강화 성과를 부각했다.
아울러 북한은 김씨 일가가 2010년대 초반 외국 정상 등 해외 인사들에게서 받은 선물을 배경으로 한 달력도 발행했는데, 이 역시 체제선전을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9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주고받은 전통 검도 올해 달력에 실려 있지만,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선물 받은 최고급 러시아제 카빈총 사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비교적 최근에 주고받은 선물이 달력에 들어가 있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또 다른 달력은 북한 백두산의 사계절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북한이 백두산을 혁명의 성지로 일컫는 만큼 체제결속력을 다지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