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김정은의 우상화를 위한 모자이크 벽화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모자이크 벽화.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의 모든 마을에는 반드시 영생탑과 모자이크 벽화가 설치된다. 영생탑은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글씨는 똑같이 새겨진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현지 지도 모습을 형상화한 모자이크 벽화는 타일 조각을 일일이 모자이크 형태로 붙여서 만들었기에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훼손되지 않는다. 태양절과 광명성절 아침이면 북한 주민들은 어김없이 김부자 동상이나 모자이크 벽화에 헌화한다. 누군가 이 구조물을 훼손하면 정치범으로 간주할 정도로 신성시되는 장소다.

북한 노동신문에는 2~3주 간격으로 특정 지역이나 기업소에서 모자이크 벽화를 모시었다는 기사가 실린다. 모자이크 벽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세워지는 중이다. 최근 노동신문(2023.10.5.) 기사에 따르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가 나란히 서 있는 모자이크 벽화가 세워졌다. 남포시에 있는 북한 최대 트랙터 생산업체인 금성뜨락또르(트랙터)공장을 보도하면서 김정은이 트랙터에 탄 모습의 벽화를 공개한 것이다. 또한 김정은의 형상을 표현한 단독 모자이크 벽화도 등장하고 있다. 김일성-김정일을 형상화한 모자이크 벽화가 모든 마을 단위마다 세워지는 것과 달리, 김정은의 단독 모자이크 벽화는 아직까지 김정은의 주요 현지 지도 장소에 설치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함경남도 중평온실농장, 연포온실농장, 만경대혁명학원, 묘향산의료기구공장 등은 모두 김정은이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하며 현지 지도한 장소다.

함경북도 삼봉의 ‘만풍년’ 모자이크 벽화.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에 모자이크 벽화가 몇 개 정도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난감하다. 모자이크 벽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세워지고 있기에 정확하게 그 수를 파악하기 어렵다. 마을 단위마다 세워진 김일성-김정일 모자이크 벽화와 함께 김정은의 단독 모자이크 벽화까지 세워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독재자의 우상화를 위한 정치선전물은 날로 늘어나고,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욱 곤궁해진다. 누렇게 익은 벼 이삭을 배경으로 서 있는 김일성의 모습을 형상화한 ‘만풍년’이라는 제목의 모자이크 벽화는 북한 정권의 모순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모자이크 벽화에는 모두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웃는 모습만을 그려 넣었다. 그 웃음 뒤에 가려진 주민들의 신음 소리가 더없이 슬프게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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