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최초 30대 당대표 선출에 北 주민도 南 정치 관심 ↑

[인터뷰] 北 주민 “인민이 싫으면 탄핵하고 인민의 부름이 있으면 지도자 된다는 게 우리와 달라”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

“이준석이 당선되면 문재인 정부는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니요?”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이 한창이던 이달 초 북한 내부 소식통이 던진 질문이다. 그의 직업과 지위를 막론하고 북한의 주민이 한국의 정치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고, 또 앞으로의 정치 지형까지 예상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취재 결과 꽤 많은 북한 주민들이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 선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에 파견된 주재원들, 평양의 당 간부들, 중국 휴대전화를 가지고 외부와 통화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해외 불법 연락을 단속하는 보위원 등이다.

한 북한 해외 파견 주재원은 “국민의힘이 박근혜라는 탄핵 대통령을 낳은 당이지만 그래도 이제 정말 변화의 길로 가려는 것 같다”며 “인재가 등용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파견자들은 북한 내부에 있는 사람들보다 비교적 자유롭게 뉴스를 접하고 있어서인지 야당에 대한 평가까지 내놨다.

그런가 하면 북한 내부의 한 당 간부는 “남조선 정치는 이랬다저랬다 원래 종잡을 수가 없지만 나이도 어린자가 당대표가 됐으니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 질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정치 현실을 어떻게 판단하고, 전망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에 데일리NK는 지난 14일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의 선출 사실을 알고 있는 북한 주민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 대표에 대한 평가와 한국 정치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이를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했다.

다만 이 주민의 직업이나 거주지가 특정되지 않도록 인터뷰 공개 내용을 일부 제한했음을 밝힌다. 

[다음은 북한 주민과의 일문일답]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 당대표에 이준석이라는 35세의 젊은 정치인이 선출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제껏 봤던 남조선(북한) 정치쪽에 출마한 간부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4년제 대학에, 박사원 졸업하고, 금성정치대학을 나오고, 빨찌산(빨치산) 출신이거나 사회성분이 좋아서 끌어 당겨줘도 저 나이에 저런 직위는 어렵다. 우리는 그 정도 나이면 ‘철이 없다’, ‘솜털도 안나온 것들’이라고 무시한다.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오시고 공장기업소, 단체에 일군(일꾼) 나이대들이 젊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련륜(연륜)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준석이 수재인 것 같긴 하지만 실제로 정말 수재인지는 더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닌가.”  

– 이 대표는 85년생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4년생이다. 둘의 나이가 비슷하다. 북한은 한국보다 앞서 나이 어린 최고 지도자가 나오지 않았나. 

“그렇긴 하지만 최고 존엄과 남조선 한갓 풋내기 청년과 비교한다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했다. 혹여나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가는 바로 관리소(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갈 일이다. 이준석이 대통령이 된 것은 아니지만 만약 (김 위원장과) 비교를 한다면 남조선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민이 싫으면 탄핵하고 인민의 부름이 있으면 나이가 어려도 당대표 같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우리와는 다르다고 보여진다. 남조선 인민들은 할 말은 하면서 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다.”

 – 북한이 이 대표 선출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 대표는 자신의 책에서 “북한 체제를 지우는 흡수 통일의 방법 외에는 통일의 방법이 없다”고 밝힌 적도 있다. 북한이 어떤 비판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준석의 나이나 정치 년한(연한)으로 볼 때 공화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처음부터 따지고 나서면 공화국 정부의 인정으로 생각하지 않겠나. 우리 대신 민주당에서 때려주고 있으니 견제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우리가 정치인으로 인식해준다는 것 자체를 금물로 보는 것 같다. 우리 공화국에 대한 시선을 지켜봐야 할테지만 아직은 조금 이르다고 본다.”

– 이 대표 선출이 북한의 대남 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다. 굳이 대남 정책에 미칠 영향을 꼽는다면 남조선에서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의 대남 사업 부서에서는 새로운 방안이 필요할 것 같다. 실제로 통전부에서도 관련 방침이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에서도 이준석이 당선된 다음 날부터 이준석과 관련된 정보는 물론이고 앞으로의 남조선 정치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종합해 연구하고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한국 뉴스를 보는 북한 주민들은 이 대표의 당선이 여당의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북한이 올 하반기 남북 교류 사업을 확대할 의향이 있을까.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북남 교류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다고 보여진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남조선이 미제식민지국가라는 것은 변함없다. 물론 민주당이 되면 우리한테 더 나쁠 것은 없고 그래도 보수패거리들보다는 친미적 성향이 덜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우리한테 특별히 좋을 일도 없다는 것이다. 내부 꼭대기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우리에게 한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한 그들과 다시 마주 앉을 일이 없다는 게 우(위)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