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대북정책은?…원칙 있는 비핵화, 북한인권 적극성 기대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전날인 지난 8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0.73%p 격차로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 당선인은 일관되게 강경한 대북정책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남북간 긴장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원칙과 일관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윤 당선인의 비핵화 정책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한 비핵화 ▲이를 위한 예측 가능한 비핵화 로드맵 제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에 따른 원칙있는 상응조치 ▲남북미 3자 연락사무소 설치 등으로 요약된다. 

‘선(先)비핵화’ 들고 나오면 초장부터 파장?

일각에서는 대북정책에 있어 ‘선비핵화’를 우선 강조할 경우 남북관계에서 긴장만 고조될 뿐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상응조치가 유연해거나 비핵화에 앞서 유인책을 쓴다고 해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비핵화를 우선적으로 고수한다고 해서 북한과 대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것은 편협한 판단일 수 있다”며 “과거에도 북한은 남북관계가 긴장 상태에 있다 하더라도 자신들이 필요하면 대화에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이듬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고 같은 해 6월 12일에는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북미간 2차 회담이 결렬로 끝나면서 김 위원장이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그해 7월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깜짝 회동 제안에 응했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면서 대화 자체를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그것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며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 비핵화를 우선적으로 상정하지 않거나 유인책을 먼저 사용하는 것은 북한 비핵화 유도의 수단을 잃어버리는 부정적 효과를 낸다”고 밝혔다. 

‘조선반도 비핵화’ 아닌 ‘북한 비핵화’로 첫 단추부터 다시 꿰야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본지에 “미국 입장에서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이상이 되어야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이미 그 한계선을 훨씬 넘어선 것”이라며 “비핵화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도 갈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박 교수는 “싱가포르 합의에서 비핵화의 의미를 ‘조선반도 비핵화’로 정한 첫단추부터 다시 꿰어야 한다”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더라도 비핵화의 정의, 목표부터 다시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가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와 미국의 핵우산 제거에 방점이 찍혀있다. 때문에 북한은 그동안 ‘이중잣대’를 들이밀며 핵개발을 노골적으로 계속해왔다.

北 자극할까 방관했던 북한인권 문제에서 적극성 기대

이런 가운데, 북한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점도 새 정부에 거는 기대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가 불참했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공동성명에도 3차례 연속 불참한 바 있으며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도 3년 연속 동참하지 않았다.

오 연구위원은 “새로운 정부는 북핵, 인권, 인도적 지원 등 여러가지 사안에 원칙을 갖고 적극 대응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현 정부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북한 인권 문제 개선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과 함께 안보 질서 강화…강대국 사이 선택 압박은 여전히 과제 

한편, 윤 당선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갈등으로 국제사회의 새로운 패권경쟁이 시작된 현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안보 질서를 확고히 하겠다고 밝혀왔다.

미국과 동맹을 맺고있는 국가들과 안보 협력을 이루겠다는 것인데 중국 및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이뤄왔던 우리 정부로서는 안보와 경제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박 교수는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으로 줄타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제로섬 게임이지만 원칙에 따라 선택하고 선택에 따른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 중심의 안보질서에 동참할 경우 북한, 중국, 러시아 등 반미 국가간 공조를 더욱 강화시켜 신냉전 구도가 더욱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으나 사실상 북·중·러 협력이 실질적 군사협력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오 연구위원은 “중국과 러시아가 밀접해질 수는 있겠지만 한미동맹에 비견될 정도록 높은 수준의 군사 협력으로 가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그보다는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한미일 협력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참여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앞으로의 외교적 과제”라고 지적했다.